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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김현호기자" 대마초나 마리화나 흡연자를 범죄인으로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독일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독일의 정치인-법조인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돼 왔는데,최근 쥐벡 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연방헌법재판소에 이와 관련한 위헌심사를 청구함으로써 본격적인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네스코비치라는 이름의 이 판사는 "환각제란 음식 술 섹스와 같은 인간의 필수품"이라면서 환각의 권리 를 법으로 빼앗아가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의 이같은 주장이 의외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그 자신이 소속하고 있는 사민당(spd) 내에서 즉각적인 지지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하노버시의 법무국장은 tv에 출연,자신도 대마초를 피운적이 있다고 고백하면서까지 위헌론을 지지하기도 했다. 사민당의 대체적인 반응은 환각의 권리 까지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대마초 흡연자를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무리라는 쪽이다.

그러나 사민당을 비롯한 처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대마초가 무해하기 때문에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대마초가 술이나 담배보다 오히려 덜 해롭다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확인되지 않은 소수론에 불과하다.

사민당의 입장은 처벌불가보다는 처벌완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가령 담배 한갑 정도에 해당하는 30g 이하의 대마초 소지자는 처벌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독일에서 대마초나 마리화나 사용자에 대한 처벌반대 또는 완화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법적인 규제조치가 사실상 실효가 없을만큼 환각제 사용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 한해동안 대마초 흡연 또는 거래로 처벌받은 사람이 5만3천명에 달하며,상습흡연자가 3백만~4백만명으로 추산된다. 환각제 사용은 가장 심각한 청소년문제로 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독일연방정부는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한층 강화하고 있지만,보수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바이에른주 정도에서만 단속이 강화될 뿐 사민당 집권주에서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대마초 흡연의 합법화 주장에 대한 반박도 강고하다. 보수정당 쪽에서는 사민당이 청소년들의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인기정책을 편다고 비난하면서 처벌법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독일이 환각제 사용의 합법화를 통해 사실상 대마초에 항복하고 말 것인지의 여부는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달렸지만,그 결과가 이웃나라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