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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5 부정 뺨쳐 요즈음 신문에 보도되는 관권개입과 금권 탈법선거의 양상을 보면 너무 심각하다. 아직도 우리가 32년전 3 15 부정선거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더구나 공명선거 풍토를 흐리게 하는 사람들이 다름아닌 정부와 여야정당들이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누구나 한결같이 공명선거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명선거가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것을 보면 참으로 기이한 생각조차 든다. 도대체 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인가?

말할 것도 없이 이 책임은 제일 먼저 현 정부에 돌아가야 한다. 지난달 정부가 금융실명제만 약속대로 실시했더라면 검은 돈의 흐름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고 선관위가 정한 선거비용 상한선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쉽게 감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상한선의 몇십배를 넘는 돈을 써도 이를 규제할 아무런 방도가 없다. 그 다음에는 금권타락 선거풍토를 막을 수 있는 선거법을 만들지 않은 집권여당과 이를 안이하게 합의해준 야당에 책임이 물어져야 한다.

최근까지 진행된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나타난,합법을 위장한 갖가지 탈법 사례들은 선거법을 만들때부터 이미 그렇게 하기로 양해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고도 이들 정치인들은 그나마 자기손으로 만든 엉성한 법조차도 스스로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기업들도 타락선거에 한몫을 하고있다. 정치와 기업의 지나친 유착은 금권-타락선거는 물론 국민경제의 침체요인으로까지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 뭐하나

법과 제도가 잘못되어 있더라도 정부와 사법부의 공명선거 의지만 분명하면 미흡한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요즈음 문제되고 있는 관권개입 사례는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그 책임이 물어져야 한다. 총선시기 대통령의 책무는 공명선거를 실현하는 것임을 대통령이 분명히 인지하고,공명선거를 흐리게한 친인척을 비장한 각오로 도중하차 시켰더라면 공명선거의 분위기는 일시에 잡히고 나라의 국운도 되살아 났을 것이다.

그러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도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더 큰 비난은 단연코 사법부에 돌려져야 한다.

사법부는 지난 지방자치단체 의원선거의 선거사범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한 건도 벌금 50만원 이상을 선고하지 않았다. 5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아야 의원직이 상실되는 법인데도 이렇게 적은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선거법은 지킬 가치가 없는 법 이라는 사법부의 견해를 보여준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사법부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이러한 사법부의 미약한 공명선거 의지가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금권탈법 선거풍토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이다.

사법부의 독립이 고작 선거사범에 대한 벌금형 40만원을 의미한다면 그 사법부의 독립은 지킬 가치가 없다.

그러면 우리 유권자들은 어찌할 것인가? 냉소주의에 빠져 자포자기하고 말것인가? 결코 그럴 수는 없다. 유권자들은 나라의 주인이다. 주인이 뒷짐지고 남을 탓하기만 한다면 결국 주인만 손해다. 이제는 이 모든 금권타락의 책임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고 유권자들이 각성하여 행동하는 수 밖에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반드시 주권행사를 하고,지역주의가 아닌 정책대결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공명선거 캠페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근 전국 2백여개의 시민단체들이 50여개 시-군에서 공선협을 결성하여 선거부정을 고발하고, 선거 참여,금품향응 배격,선거부정 고발 이 적힌 스티커를 1천만장 배포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정말로 1천만장의 스티커 부착에 성공한다면 투표날 놀러가거나 금품향응을 받은 사람이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공명선거의 기적 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스티커 부착운동을 우습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미 각계의 호응으로 2백만장이 부착되었다. 거인 골리앗은 창으로 쓰러지지 않는다.

청년들이 나설때

다윗소년의 돌팔매만이 그를 쓰러뜨릴 수 있다. 뿐아니다. 이제는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 전국의 청년들이 정치적 중립을 분명히 선언하고 전국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일과 정당연설회 등 모든 선거과정에서의 탈법행위를 철저히 감시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탈법선거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만일 이 땅의 젊은이들이 공명선거가 안된 책임을 스스로에게 묻고 이 캠페인에 적극 나선다면 이 나라의 국운은 다시금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경실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