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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송희영기자" "계기는 지난 88년(노태우대통령의) 7 7선언이었죠. 한국이 올림픽직전 공화국(북한)과 관계개선에 청신호를 보내 한국과는 쇠사슬이 풀렸다고 보았죠. 그래서 당시 간사장이었던 아베씨에게 얘기를 건넸고,아베씨가 총리 다케시타씨와 얘기를 했지요. 실행은 가네마루씨가 맡는걸로 되었죠. "

친한파 일북수교 묵인

북한과 국교교섭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다나베 마코토 사회당 위원장의 회고담이다.

자민당 정부최고위층과 사전협의후 북한접촉을 개시했다는 설명이다. 역할분담도 그때 이루어졌다는 암시다.

이같은 배경을 들은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경응)대 교수는 "역시,그러셨군요"하며 안도하는 반응이다. 최근 두사람이 어느 신문에서 주고받은 대화는 한국의 대일 인맥실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북한과의 접촉에는 소위 친한파 가 결재도장을 찍어준 점이다.

아베 신타로라면 한국정부 관계자들이 두말없이 친한파라고 못박았던 인물이다.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는 현재 한-일 의원연맹 회장이고,공식적으로 대한파이프 역할을 해야하는 굴레때문에 아직 평양행은 삼가고 있는 입장이다.

두 친한파는 결재도장을 찍은후 뒤로 빠지고,다나베 위원장과 가네마루 부총재가 행동대원 역할을 맡게된 것.

지금도 당시 갈라놓은 역할분담이 변한건 아니다. 아베는 세상을 떠났지만,다케시타 전 총리는 사회당 대표단이 북한 방문후 가장 먼저 보고서를 올린다는 막후실력자다. 그는 북한접촉을 허락해주었고,돈줄을 쥐고있는 대장성에 영향력이 강하다.

다케시타씨는 미야자와 총리의 방한때 거의 아무런 중재역할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내 영향력을 감안할때 그가 두 정부 사이에서 적지않은 플러스 기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공개석상에서 입을 꼭다문 상황이었다.

주일대사관 방황

좋게 해석하면 침묵하는 친한인맥 이고,조금 적극해석하면 한국외교의 일본라인붕괴 랄수 있다. 인맥붕괴는 동경 한국대사관원들의 활동범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한국대사관의 외교관들은 요즘 하소연할 창구를 찾지 못해 방송사나 잡지-신문사로 좇아다니는 일이 잦다. 정계와 외무성의 깊숙한 곳 에서 대화를 주고받지 못하고,외곽으로 떠도는 형편이다.

한국눈치 안본다

오히려 한국과 거리를 두려는 인물은 정계 중심에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가네마루 부총재는 이미 소문난 대북핵심창구. 그가 "미야자와 총리에게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촉진하기로 약속을 받고서 부총재취임을 수락했다"고 공개표명한 것이 지난달말이다. 부총재직을 걸고 대북국교를 추진한다는 각오이다.

한국창구는 침묵하지만,북한창구는 활기에 찬 광경이다. 더욱이 가네마루 부총재는 한국에는 뜨거운 인맥 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눈치를 보지않고 김일성주석과 선물을 주고 받는 사이다.

그의 아들은 북한과 합작사업할 거리를 찾고 다닌다는 보도들이 심심지 않게 입방아거리로 등장했다.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북한계 동포들이 가네마루류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교수립과 보상을 앞둔 정치적 지원인맥 구축이다. 그렇지만 한국측의 활동은 미미하다.

일본통 이라는 이원경 전 대사나 박태준 한일의원연맹 회장도 아직 가네마루와 접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한국측이 난감한건 전통적인 한국담당인맥 아베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후쿠다 다케오-아베 신타로의 뒤를 이어 등장한 미쓰즈카 히로시파벌 회장은 당내 세력도 허약할 뿐더러,한국과 끈끈한 인맥도 약하다. 한국을 이해해주는 정치인은 적지않지만,이들을 한데 규합해줄 역할을 미쓰즈카 회장에게 기대하는 힘든 실정이다.

뜨거운 인맥 시급

물론 양국 정치인맥이 과거 많은 정치자금 의혹사건의 배경이 됐던것은 사실. 그러나 양국의 인맥붕괴는 단순히 현안해결이 미뤄지는데 그치지 않고,일본내 혐한여론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예를들어 과거 교과서 왜곡파동이 발생했을 때다. 사쿠라우치 중의원 의장은 당시 외상으로서 들끓는 일본여론에 제동을 걸었다.

"일본이 교과서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요 인물들이 공식발언을 통해 한국에 대한 여론을 유도해주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그런 역할을 하려하지 않고있다.

단 한사람도 혐한조류를 경고하는 발언대열에서 서지않는 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 정부의 일본외교가 실패하는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지금부터 공식-비공식 인맥을 재정비하지 않는한 일본내 한국비판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이 영향을 받아 한국내에서 반일감정도 기승을 부릴 수 밖에 없다. 일본의 혐한과 한국의 반일이 현해탄을 건너 오갈때마다 두나라 국민들의 감정마찰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