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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 리포트 하면,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많다. 고만 은 캘리포니아 주립대 정치학 교수이다. 그는 67년부터 해마다 미국대학과 비미국대학의 랭킹을 매겨 책으로 출판해왔다. 복잡할 게 없다. 포천지의 세계 1백대기업 발표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고만리포트 가 일본의 대학,특히 공과대학 책임자들을 흥분시킨 것이 5년전 일이다. 동경대학을 비미국대학중 67위에 올려 놓았다 해서이다. 미국안 대학까지 포함하면 1백50위쯤에 해당한다.

87년은 미-일관계가 분수령을 넘던 순간이다. 80년 6백억달러 흑자였던 미국의 하이테크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백악관-상무부-전미과학아카데미-의회-국방부의 각종 보고서가 미국산업의 경쟁력 저하에 위기신호를 보내던 무렵이다. "제 분수도 모르면서 " 이게 일본의 솔직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울화가 터질만도 했다. 동경대학의 바로 위 순서가 구 소련의 사마르칸드대학과 타쉬켄트대학이었으니까. 위기를 기회로 . 이것이 지난 1백년간 일본의 국가경영 전략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일본 공학교육의 궁상과 참상을 알리는 수많은 내부 보고서가 발표됐다. 일본학술회의 라는 고상한 단체는 연구실험실의 넓이에 관해 라는 쩨쩨한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동경대학의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가 발족한 것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다.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at & tbell연구소,한해 8천만달러의 특허사용료가 들어오는 mit,수많은 물리학의 기본방정식을 생산해 낸 영국의 캐빈디시연구소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는 미국공학교육에 대한 반성문이 쓰여졌다. 30여명의 mit교수가 집필한 made in america 이다. 반성은 허심탄회해야 한다. "미국의 대학은 졸업생들에게 연구-설계-생산-관리의 전략을 가르친 장본인이므로 미국의 생산성 저하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 공학교육이 실제문제 해결에 쓸모가 있도록 개편되어야 하고,그러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처럼 수업연한이 연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처방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공학교육이 그토록 한심한가. 천만의 말씀이다.

칼텍(캘리포니아공대)과 mit의 교수 1인당 학생수는 3명과 54 5명,동경대는 10명인데 비해 서울공대는 31명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미국의 주립공대가 1만5천달러,동경대가 1만8천달러. 서울공대는 부끄럽지만 1천4백달러이다. 공학교육에 대한 반성과 강화가 세계의 흐름인 것이다. 유서깊은 영국의 과학연구센터 가 얼마전 이름을 바꿨다.

슬며시 공학이란 단어를 집어넣은 것이다. 지금은 과학 및 공학연구협회 다.

미국의 학술연구비를 쥐고 흔드는 nsf(미국과학재단)가 공학담당 부소장 자리를 신설한 것도 최근이다. 한나라의 번영은 그 나라의 생산력에 달려있다. 생산력을 받치는 큰 기둥이 제조업,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풍로가 공학이다. 이건 논리가 아니라 현실이다.

일본 대학에서 해마다 7만5천명의 공학사를 배출한다. 인구가 두배인 미국은 7만1천명을 내보내고 있다. 이것도 미일간 생산력의 명암을 가른 요소의 하나다.

공학을 시대의 전면으로 끌어내오는 또다른 상황은 높아져만 가는 국가간 기술 장벽이다. 기술-민족주의의 흥륭 . 87년에 있었던 로버트 라이슈 하버드대 교수의 강연제목이다. 기술민족주의 가 학술용어로서 당당히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증거다. 기술자에겐 국경이있어도,기술엔 국경이없다. 이건 낭만시대의 미담이다. 86년 노벨 물리학상은 ibm취리히연구소에 재직하는 독일인과 스위스인의 고온초전도 발견에 돌아갔다.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그래도 기술의 주인은 엄연히 미국이다. 동구와 소련의 사회주의 실험의 붕괴. 그것은 한 세기를 뒤흔들었던 혁명의 정치학 이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다. 혁명의 정치학 이 끝나는 곳,그곳에서 시술의 정치학 이 태어나고 있다.

이런 시대의 배경을 등지고,우리는 한국공학교육의 현장으로 출발한다. mit보고서의 미국식 표현을 빌리면 대학의 제품 인 학생을 만드는 과정, 최종제품 인 졸업생의 질,생산장비인 교육의 여건,그에 종사하는 근로자 인 교수의 능력과 사기를 점검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국공학교육의 애가다.

물은 낮은데로,사람은 대접할줄 아는데로 모이는 법이다. 당연한 결과다. 2만4천명의 공학도를 배출한 서울공대. 이제야 2백87명이 학사모를 쓴 포항공대. 이 항공모함과 순양함 격차의 두 대학이 검토의 대상에 오른 것은 단순히 비교의 편리함 때문이다. 밖은 동터오는 기술혁명의 세계. 한국의 공학교육은 이 외진구석에서 장막을 걷어라 고 외롭게 아우성치고 있다. <강천석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