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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제도, 안 쓰면 '사유서'… 사용하면 동료들 月 10만원 받아요

서울시 공무원 심모씨는 작년 1월 말부터 육아휴직 중이다. 네 살 딸이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하는 데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등·하원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육아를 위한 근무시간 단축 제도가 있긴 했지만, 부서 사람들에게 자칫 민폐가 될까 봐 선뜻 이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씨는 "단축 근무 같은 '육아 제도를 사용하라'는 안내는 많았지만, 이를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 눈치가 많이 보였다"며 "이를 편안하게 이용하는 분위기였다면, 육아휴직을 짧게 쓰고 근무시간 단축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부터 심씨 같은 직원들을 위해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시작한다. 자녀의 등·하원과 병원 일정 등을 챙길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단축해 줄 뿐 아니라, 유연 근무 사용도 늘려주는 것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임신 시기부터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칠 때까지 최대 3년 10개월간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특히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끔 8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은 자동으로 제도를 사용하게 했다. 이것이 기존 '육아 단축 근무'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이전에는 먼저 신청해야 했지만, 이제는 신청하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제도 적용 대상이 된다. 오히려 육아 제도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별도로 사유서를 써서 제출하도록 했다. 1주일에 15~35시간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을 선택하는 '시간 선택제' 근무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상반기 안에 직원들의 육아 제도 사용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제도가 시행되면 8세 이하 자녀를 둔 서울시 공무원 1400명이 혜택을 받는다.

서울시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육아 시기별로 근무 형태를 선택해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축 근무는 임신 기간(10개월)과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8세까지 최장 3년 10개월간 매일 2시간씩 적게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임신 기간(10개월)엔 임신부의 육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 혼잡 시간을 피해 근무할 수 있도록 업무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유아기(0~5세)엔 자녀의 등원과 하원 시간에 맞춰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각자 사정에 맞게 오전 근무(오전 8시 출근~오후 3시 퇴근)와 오후 근무(오후 1시 출근~오후 7시 퇴근)를 할 수 있다.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는 최대 2년까지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단축 근무를 사용할 수 있다. 자녀가 초등 저학년(6~8세)인 경우, 주 4일은 오전 8시에 출근한 뒤 오후 2시에 퇴근해 자녀의 학습을 챙기고 주 1일만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최대 1년까지다. 서울시는 개인이 근무시간 단축을 원하지 않을 경우,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조정할 수 있도록 유연 근무제 사용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육아를 하는 직원들이 동료와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해당 직원이 '소속된 부서'에 인센티브도 준다. 육아 제도 사용자가 많은 부서엔 정기 인사 때 가장 먼저 인원을 배치해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중요 직무급'(월 10만원 수당)을 받는 인원도 늘려주기로 했다. 그동안 중요 직무급은 일의 난도와 기피 정도를 고려해 배정해 왔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 일주일에 15~35시간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 선택제' 근무도 가능하다.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했거나, 경제적 이유로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경우에 이 제도를 쓸 수 있다. 줄어드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임금이 줄어들지만, 성과금과 수당을 받을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서울시는 시간 선택 근무를 하는 직원이 제때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초과 근무량을 모니터링하고, 업무 시간 초과 시에는 그 사유를 부서장이 직접 기록하게끔 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서울시는 자녀가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하는 등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 해당 직원이 당일에도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는 유연 근무나 재택근무를 하려면 하루 전날까지 신청해 결재를 받아야 했다. 이에 갑작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는데, 이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정상훈 서울시 행정국장은 "육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조직이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며 "서울시 제도가 민간으로 확산돼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표] 서울시 육아 지원 제도 기고자 : 윤상진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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