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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얼마나 현실성 있나

"나랑 싸우고 싶으면 음악으로 하는 겁니다."

배우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마에스트라'가 5~6%대의 시청률로 순항 중이다. 마에스트라는 '거장'을 뜻하는 마에스트로의 여성형. 드라마는 대체로 불륜과 배반, 복수로 점철된 막장 극에 가깝지만, 화끈한 매운맛이 당길 적도 있는 법이다. 모처럼 여성 지휘자가 드라마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현실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드라마 대사들을 통해서 문답 형식으로 풀어 본다.

①"여자 지휘자가 5%도 안 되는데 차세음(이영애)은 남녀 통틀어 손가락 안에 들어요."(O)

아직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금녀(禁女)의 벽'이 높은 곳이 지휘대다. 하지만 최근 첼리스트 출신의 지휘자 장한나(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김은선(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 성시연(뉴질랜드 오클랜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같은 마에스트라들이 그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②"다음 공연부터는 이루나씨가 악장(樂長)을 맡게 될 겁니다."(X)

드라마에서 더 한강 필하모닉 지휘자로 부임한 차세음은 곧바로 악장부터 교체한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맡는 악장은 팀의 주장과도 같은 자리.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스포츠 팀의 주장은 선수들의 호선(互選)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악장은 별도의 선발 과정을 거친다. 천하의 차세음이라고 해도 맘대로 악장을 바꿀 수는 없다.

③"이 오케스트라 샀어요, 내가. 더 한강 필의 이사장이라고요."(O)

옛 연인 차세음에 대한 순정을 간직한 금융계 거물 유정재 역의 배우 이무생은 최근 '이무생로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 상승 중이다. 중앙·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민간 악단은 얼마든지 직접 창단하거나 이사장으로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④"난 네가 이혼할 때까지 더 한강 필의 모든 공연을 취소시킬 생각이야."(X)

오케스트라 이사장이 공연을 불과 며칠 앞두고 멋대로 취소할 수 있을까? 물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천재지변 같은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예매 티켓 환불은 물론이고 공연장 대관료의 계약금도 돌려받기 힘들다. 제멋대로 운영했다가는 자칫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⑤"지휘자가 포디엄에 올라가는 순간 알았잖아요, 그 실력."(△)

악기의 정확한 음정과 미묘한 뉘앙스를 분간하거나 단원들을 끌고 가는 리더십 등은 지휘자의 필수 덕목으로 꼽힌다. 이 같은 지휘자의 능력은 단원들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장한나도 "프로와 프로끼리는 그리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지휘대(포디엄)에 올라서 10초 안에 자기만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오케스트라에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 지휘자의 운명"이라고 했다. 다만 지휘 테크닉은 부족해도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과 사운드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기고자 :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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