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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토르톨리니 지음 | 마르코 소마 그림 | 이현경 옮김 | 주니어김영사 | 32쪽 | 1만3000원

다시 학교가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학교로 가는 모습은 아직도 낯설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마스크 없는 맨얼굴의 어린 동물들이 부모 손을 잡고 등교하는 모습에 울컥 그리움이 솟는다. 서로 눈을 바라보며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웃는 풍경이 옛일처럼 서먹하다.

벽과 지붕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학교는 본래 모두를 향해 열린 공간. 아이들은 코끼리와 생쥐, 토끼와 거북이, 오리너구리와 여우, 새와 나비만큼이나 다르지만 친구가 된다. 가지각색 성격과 관심사를 나누며 남과 관계 맺는 법을 처음 배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상상력이 얼마나 큰 놀라움을 만들어내는지 가르치는 선생님이 계신 곳. 책장의 책들 속에서 나무를 보살피듯 생각을 살피고, 두 손으로 텃밭의 흙과 풀을 만지며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 다양한 감정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고, 아이들은 각자 재능을 발견하며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향해 간다.

코로나 시대에 자라는 아이들은 학교를 어떻게 기억할까.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 좋은 학교를 향한 바람은 어른과 아이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아직 꽃피지 않은 한 세상. 본래 학교는 그 작은 세상들이 만나 배우고 어우러지며 더 큰 세상을 피워내는 곳이었다. "학교를 떠난 어른들은 이 모든 걸 까맣게 잊어버려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것을 두려워해요. 끝내는 세상이 아주 작다고 생각하면서, 학교에 있을 때처럼 배우려 하지 않지요." 이 책엔 사람들이 오래 꿈꿔왔지만 실제 만나기는 쉽지 않았던 학교가 있다.

세밀화는 개성 넘치고 글은 동시 같다. 찬찬히 바라보며 곱씹어 읽게 된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1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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