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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대기록 세운 비결

프로농구에선 괴물 같은 운동 능력을 뽐내는 선수가 넘친다. 그 속에서 꾸준함과 센스를 무기로 살아남아 2021-2022시즌 금자탑을 쌓은 선수들이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 포워드 함지훈(38)과 전주 KCC 가드 이정현(35)이 그 주인공이다. 부상으로 경기에 빠지는 법이 없어 '금강불괴'란 별명을 얻은 이정현은 KBL(한국농구연맹) 역대 최초로 정규 리그 500경기 연속 출장이란 대기록을 세웠고, 마흔 가까운 나이에도 기량을 뽐내는 함지훈은 역대 두 번째로 7000점-3000리바운드-2000어시스트 고지를 밟았다.

◇꾸준한 활약으로 쌓은 대기록

2010년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데뷔한 이정현은 4일 현재까지 상무와 국가대표 소집 기간을 제외하면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502경기 연속 출장 중이다. 이 부문 2위인 추승균 SPOTV 해설위원의 384경기와 차이가 크다. 이정현은 큰 부상 없이 끈기 있게 뛰어온 것에 대해 "운동 능력이 탁월하지 않아 오히려 잘 다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돌파와 슛을 겸비해 데뷔 초부터 리그 정상급 스코어러로 떠오른 이정현은 2012-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시즌 연속(상무 제외)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가드치고 스피드가 뛰어나지 않지만, 천부적인 'BQ'(농구 지능)와 강한 힘으로 이를 극복했다. 30대 중반 나이에도 센스를 바탕으로 활약을 이어가는 그는 "예전엔 패기와 체력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007년부터 현대모비스에서 16년째 뛰는 '원 클럽 맨' 함지훈은 올 시즌 역대 13호로 통산 7000득점을 달성했다. 현역 국내 선수(라건아 제외) 중 1위를 달리며, 특히 7000점-3000리바운드-2000어시스트를 동시에 기록한 것은 주희정 고려대 감독 이후 두 번째다. 함지훈은 '롱런'의 비결에 대해 "친구들이 '넌 점프력이 낮아서 나이가 들어도 무릎이 안 아플 거다'라고 농담했는데, 그게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함지훈은 키 198㎝의 '언더사이즈 빅맨'인 데다 프로에서 덩크슛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을 정도로 탄력이 떨어지지만, 넓은 시야와 BQ를 앞세워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았다. 특히 빅맨인데도 경기 운영과 패스 능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통산 어시스트 수에서 역대 7위(2410개)인데, 1~6위는 모두 포인트가드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함지훈이 어릴 때 포인트가드를 봐서인지 빅맨임에도 어시스트 능력을 갖췄다. 특히 하이 포스트(자유투 라인 근처)에서 건네는 패스가 뛰어나다"고 했다.

◇SK 김선형, 4쿼터 15점

다만 두 선수 소속팀의 현재 성적은 작년만 못하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한 KCC는 7연패를 당해 9위(10승 18패)까지 떨어졌다. 4위 현대모비스(15승 14패)는 최근 연승을 달렸으나 4일 서울 SK와의 홈 경기에선 93대94로 역전패했다. 현대모비스는 경기 전반 밀리다가 3쿼터에 71-67로 역전했지만, SK가 4쿼터에만 15점을 몰아친 김선형(29점 8어시스트)을 앞세워 재역전했다. 김선형은 92-93으로 뒤진 채 시작된 마지막 공격에서 종료 1.4초를 남기고 결승 득점을 올리며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함지훈은 이날 8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올리고 4쿼터에 라숀 토마스(29점 14리바운드)의 득점 기회를 만드는 등 분전했으나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KCC 이정현은 오는 8일 선두 수원 KT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나선다.

[그래픽] 꾸준함의 아이콘 기고자 :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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