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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차량 추격전, 박소담을 보라

"뭐 일종의 '특송'이죠. 우체국 택배에서 안 받는 건 다 배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은 지명 수배자부터 밀항자까지 돈만 되면 가리지 않고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가상의 운송 업체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물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한 노래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박소담(30)이 특송 운전기사 '은하' 역을 맡았다.

'기생충'에서 '인디언 꼬마' 역의 아역 배우 정현준(10)군은 은하의 차에 동승하는 소년 '서원' 역으로 출연했다. 전작 '기생충'에서 일종의 사제(師弟) 관계였던 이들이 이번에는 보호자와 피보호자 관계가 된 것이다. 지난달 30일 간담회에서 현준군은 "촬영장에서도 은하 누나(박소담)에게만 의지하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생충'이나 '특송'에서 모두 누나와 호흡이 잘 맞았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특송'은 지극히 창의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차량 추격 장면만으로도 매력이 적지 않은 경우다. 비좁은 골목길을 달리는 차량들을 전후좌우와 공중에서 촬영해서 입체감을 살린 초반에서는 짜릿한 질주의 속도감이 빛난다. 특히 순식간에 시동을 끄고 중립 기어로 전환한 채 서서히 비탈길을 내려가는 장면은 기발한 착상과 위트 덕분에 두고두고 회자될 법하다. 최근 '발신제한'과 '특송' 등 한국 액션물이 보여주는 차량 추격 장면의 기술력은 블록버스터 외화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특송'은 한국 영화에서 드물었던 여성 단독 주연의 액션물에 도전하면서 생생한 캐릭터 구축에 공을 들였다.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묘기에 가까운 운전으로 추격 차량을 따돌리는 '은하'의 모습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가 떠오른다.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주인공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운전했다면, '특송'의 은하는 운전대에서 커피를 홀짝이는 정도가 차이다.

이번 영화에 가장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외화를 찾는다면 아무래도 뤽 베송 감독의 '레옹'일 것이다. 레옹과 마틸다가 은하와 서원으로 성별이 뒤집혔을 뿐, 불의로 가득한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는 어른과 꼬마라는 설정은 같다. 일부러 살짝 뭉개는 듯한 독특한 발성으로 능글맞게 악역을 소화한 배우 송새벽의 모습에서는 '레옹'의 타락한 경찰을 맡았던 게리 올드먼이 어른거린다.

다만 '특송'에서는 주인공이 보여주는 선의(善意)의 근거가 부족한 점은 줄곧 맘에 걸린다. 극악한 세상에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타인에게 반드시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레옹'이 아파트라는 폐쇄된 공간에 숨어 지내는 주인공들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 문제를 풀었다면, 로드 무비(road movie) 구조의 '특송'은 속 시원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공회전한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만 제외한다면, 신년 극장가의 한국 영화 중 단연 돋보이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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