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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오늘부터 전면 시행

BC카드 고객인 직장인 박모씨는 신한은행 예금계좌를 갖고 있다. 종신보험은 삼성생명에, 자동차보험은 DB손보에 들었다. 주식은 교보증권을 통해 거래한다. 온라인 쇼핑은 SSG닷컴을 주로 이용하고, SK텔레콤의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박씨는 5일부터 이런 금융·온라인 쇼핑·통신 사용 정보를 모두 모아 BC카드가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BC카드는 모두 196개 업체로부터 갖가지 데이터를 제공받기로 제휴를 맺었다. BC카드를 포함해 모두 33개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들이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5일부터 전면 개시한다고 금융위원회가 4일 밝혔다.

◇33개 마이데이터 서비스 5일 개시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여러 업종에 흩어진 개인의 신용 정보나 금융 및 상품 거래 이력 등을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이나 소비 습관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여러 기업의 정보를 종합해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쓰는 돈이 연봉이 비슷한 또래보다 많다면 평균치 정도로 줄이고 아낀 만큼 투자할 만한 금융 상품을 소개해주는 식이다. 직장 일과 가사에 치인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체계적인 자산 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5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하는 사업자는 은행 10곳, 핀테크 10곳, 카드사 6곳, 증권사 4곳 등 모두 33사다. 금융위는 모두 54사에 허가를 내줬는데, 나머지 21사는 상반기 중에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고객이 '내 정보를 가져가서 써도 좋다'고 동의할 경우 의무적으로 해당 고객에 대한 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정보 제공을 법률(신용정보법)로 의무화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서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신용정보법에 의해 고객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기업들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417사에 이른다. 각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제휴를 맺어 같은 업종 경쟁사는 물론이고 다른 업종 기업으로부터도 정보를 끌어올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하나은행은 94곳, 키움증권은 131곳, 카카오페이는 55곳의 금융·유통·통신 기업에서 정보를 받아오도록 제휴를 맺었다.

◇금융사와 핀테크 진검 승부 시작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칸막이를 허물고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보험·카드사들은 각 고객이 어떤 이동통신사를 얼마만큼 이용했는지, 어떤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떤 품목에 돈을 많이 쓰고 있는지 알게 된다. 핀테크 업체들도 각자 고객이 어떤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고, 어떤 신용카드를 얼마나 쓰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도 여러 곳의 분석과 추천을 비교해가며 본인에게 유리한 서비스만 선택해 쓸 수 있다.

사업자들은 초기에 고객들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객을 많이 확보할수록 향후 '데이터 싸움'에서 앞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회사가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과당 경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자 금융위는 경품을 태블릿PC 이하로 낮출 것을 주문했다.

초창기인 만큼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은 금융회사 위주로 굴러간다는 점이 한계다. 금융회사는 고객이 온라인몰에서 결제한 품목과 액수 정도만 알 수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까지 샀는지는 모른다. 통신 분야도 스마트폰 요금으로 얼마를 냈는지 정도만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국세·지방세·관세 납부 명세나 건강보험, 공무원연금·국민연금 납부 내역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각 부처는 금융이나 공공 서비스가 아닌 분야에서도 폭넓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기 때문에 법제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마이데이터

소비자가 원할 경우 여러 회사에 흩어진 신용 정보나 금융 및 상품 거래 이력을 한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본인의 다양한 데이터를 한 회사에 맡겨 관리한다는 뜻으로 ‘마이(my·나의)데이터’란 이름이 붙었다.

[그래픽] 마이데이터 어떻게 작동하나

[표] 5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시하는 금융 회사들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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