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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훈련을 중단시키고 영어로 지시를 내리자 양옆의 두 통역사가 광둥어와 포르투갈어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영어와 광둥어, 포르투갈어가 동시에 뒤섞여 운동장은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지난 3일 오전 홍콩 1위 프로축구 구단 '사우스차이나(南華·SCAA)팀'이 훈련 중인 조던역 부근의 킹스 파크 모습이다.

감독은 한국인 김판곤(金判坤·40·사진)씨. 사우스차이나팀은 올해 창단 100주년을 맞는 아시아 최고(最古)의 역사를 가진 명문 구단이다. 현재 13개 홍콩 프로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12월 1일자로 부임했다는데 영어를 아주 잘 하신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홍콩 프로팀 레인저FC에서 플레잉 코치도 하고 감독도 하면서 4년 넘게 홍콩에서 산 적이 있기 때문에 영어는 조금 한다"고 웃었다. 그는 "선수 20여명 중 중국 출신 선수 5명과 브라질 용병 5명을 위해 광둥어와 포르투갈어로 동시통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개월의 전적을 묻자 "출발이 아주 좋다"면서 "홍콩 프로리그에서 3승, 홍콩 최대 축구행사인 '4개 클럽 초청 신년 축구대회'에서 2승 등 내리 5승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사우스차이나팀의 100년 역사 중 한국인 감독은 그가 처음이다.

김 감독은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선수로 뛰다가 12년 전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뒤 축구 지도자로 변신했다.

 

기고자 : 이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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