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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장성 영입 우리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가며 있는 것인가.

윤곽이 드러난 여-야의 전국구 후보들의 명단을 보면 여전히 퇴역장군들이 끼어 들어 있다. "나는 5 16혁명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이렇게 거침없이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서 말할 수 있는 여당이 3성장군 출신을 세명씩이나 영입한다는 사실은 별로 우리를 놀라게만들지 않는다.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엊그제까지도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에 앞장 서왔으며,오늘도 정치의 진정한 민주화를 지상의 목표로 삼고 있다는 야당마저 자랑스레 장군출신을 모셔간다는 사실이다.

전국구에서 똑같이 군의 몫 을 고려하는 여당과 야당을 비교할때 양자를 갈라놓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쪽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계속 장악하려하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탈취하려하고 있다는 이해의 대립만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숭고한 이념의 대립도 없으며,정책적인 대립도 사실은 없다. 혹은 군의 입김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군과의 친화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장군영입이 갖는 전시효과를 노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군의 눈치를 살펴야할 상황에서 살고있는 것이라면 그럴수록에 더욱 군인색깔을 배격해야 하는 것이 야당다운 자세일 것이다.

직능대표를 망라한다는 뜻에서 군의 몫 을 떼어주는 것일 뿐이라는 변명도 혹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가령 여성계,노동계,예술계와 같은 직능 의 범주속에 나란히 끼어넣을 수 있는 것이 군일까? 분명 군인도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기업가가 사업을 버리고 정계에 투신하고,학자가 교단을 떠나서 국회의원이 될수 있다면 군복을 벗은 장군이 정치가가 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몇년 후엔가 군사쿠데타가 잊혀진 역사가 될만큼 민주정치가 정착된 후라면 그때에는 우리도 미국처럼 아이젠하워 장군을 대통령으로 모셔오려 하고 슈워츠코프 장군의 정계진출을 교섭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국방장관은 으레 군인이라야 하고,4성장군 출신에게는 두고 두고 공직에 대한 배려를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같은 관습 을 누구보다도 과감히 타파하겠다고 다짐해 오던 것이 야당이 아니었던가.

물론 선거는 이기고 볼일이다. 야당이 그 큰 뜻을 펴기 위해서 되도록 많은 층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그러기 위해 군에도 미소를 던질수 밖에 없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야당에 선뜻 끌려간 장군들의 심정이다.

군의 품위 지켜야

얼마전에 한 3성장군 출신은 "지난날의 허물 을 씻어버리고 민주화의 큰 길에 함께 서겠다는 의지"로 야당입당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설마하니 그는 자기가 장군이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기에 이제와서 새삼스레 속죄 하겠다는 것인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또 그가 뒤늦게 깨달은 뉘우침이 꼭 야당에 가입하여 국회의원이 되어야만 풀어질 수 있는 것인지도 우리의 이해를 초월한다.

우리가 알수있는 분명한 사실은 정말로 그가 한국의 민주화를 바란다면 그는 군의 그늘이 어떤 형태로든 정치에 투영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국민은 무서운 군을 바라지 않지만 무서운 군 이상으로 우리가 바라지 않는 것은 경멸의 대상이 되는 군과 장군들이다. 군은 군으로서,또는 군이기에 지켜야할 권위가 있으며 품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나 군복을 벗은 장군들이 그들이 한평생 몸담아온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위해서 지켜야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모든 일에는 뒤끝이 좋아야 한다. 사람사는데는 특히 그렇다. 많은 사람의 존경을 한몸에 모으던 반골의 지도자가 말년에 어이없는 변절을 하여 외롭게 일생을 마친 예를 우리는 간혹 보았다. 아무리 정조를 깨끗하게 지켜나간 여자라해도 후년에 그 정조를 순간적인 실수로 잃게되면 애써 한평생을 두고 지켜온 정조며 고절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사람에게는 만절이 중요하다고 홍자성은 채근담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뒤끝만 좋으면 되는 것일까? 가령 추하게 살아온 여자가 나중에라도 마음을 바꾸어 깨끗하게 살기만하면 좋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뭣보다도 추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지킬래야 지킬 정조가 없을 것이다. 홍자성은 그저 뒤끝의 소중함을 강조했을 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뒤끝도 좋은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그게 어렵다면 뒤끝만이라도 좋기를 사람들은 바란다. 아무리 고생스럽고 더러움에 가득찬 인생행로를 걷더라도 아름다운 저녁놀을 맞을수만 있게된다면 그처럼 다행스러운 일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뒤끝을 만청이라 이름짓기도 했다.

투사 변신이라니

그것은 잘살자는게 아니라 인생을 보람있게,아름답게 끝맺자는 것이다.

권력자로부터 실총하거나,사교를 잘못했거나,또는 권력자를 잘못 짚었거나,또는 권력권내에서의 세력다툼에 지거나 하여 권력권에서 떨어져 나가면 하루아침에 민주투사 로 멋지게 탈바꿈하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우리는 많이 봐오고 있다. 행여나 이러한 인사들과 동열에 서게 되는 오해를 자초하게 된다면 그것은 장군들 자신만이 아니라 군을 위해 여간 서글픈 일이 아니다.

"장군은 군대에서 물러 날때 군복과 함께 입까지도 반납해야 한다. " 5성장군이던 오마 브래드리의 말이다. 장군은 장군답게 끝나야 한다. 특히나 군의 정상에 올라있던 장군은 끝까지 장군의 권위를 지켜야할 엄숙한 책무를 지니고 있다. 군의 권위며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그들의 장군다운 처신에 달려있는 것이다.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