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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크 아웃' 본격화, 성장 동력 찾기 나서

지난해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속에서 전례 없는 성장을 거듭하며 치솟았던 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 테크 업계가 본격적인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16년부터 상승세를 탄 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번성했던 빅테크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메타(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은 전망이 밝지 않다"고 했다. 지난 10년 가까이 전 세계 산업을 지배했던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고 실적을 쏟아낸 국내 테크 기업들도 올해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기대 이상 혜택을 입은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하는 전자업계

반도체와 스마트폰, TV·가전이라는 세 가지 핵심 캐시카우를 가진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자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한 선제적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 '시스템 반도체'에 삼성전자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상반기 양산에 들어갈 3나노(nm·1나노는 10억분의 1m) 반도체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의 최대 강자인 대만 TSMC를 따라잡을 비장의 무기로 꼽힌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미국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 가전 업체로 발돋움했다. 중국산 저가 가전제품이 범람하는 시장에서 오브제와 시그니처 등 LG전자의 강점인 프리미엄 제품군을 내세워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LG전자가 2017년부터 8000억원을 투자한 '프리미엄 생활 가전의 메카'인 창원 스마트팩토리도 가동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SK스퀘어, SK텔레콤과 함께 'SK ICT 3사 연합'을 구축하고 반도체, 5G, AI 등 각 분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 작년 12월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1단계를 마무리한 데 이어 새로운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통신 3사 "올해가 탈통신 원년"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한 국내 통신 업체들은 올해를 탈통신 원년으로 꼽고 있다. 통신 3사는 이를 위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와 교통 플랫폼, AI콜센터, 로봇,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통신 업계 최초로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2에서 핵심 미래 전략으로 소개했다. KT는 첨단 콜센터 AI콘택트센터 시장의 선두 주자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AI 선도 기업 아마존과 손잡고 AI 음성 기술을 개발하는가 하면, '초거대 AI 모델'도 올해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팩토리 시장과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LG 계열사뿐 아니라 전국 발전소·중공업 업종별 대표 사업장에 U플러스의 스마트팩토리 설루션이 속속 탑재되고 있다.

◇세계 시장 노리는 인터넷·게임 업계

국내 인터넷 시장의 양강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커머스·광고·콘텐츠·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확보한 자체 기술을 글로벌 공략의 핵심으로 꼽는다. 네이버는 지난해에만 약 1조6000억원을 연구 개발(R&D)에 쏟아부으며 각종 서비스의 품질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카카오는 지난 24일 남궁훈 대표 내정자가 '글로벌 올인'을 선언할 정도로 해외 사업 확대에 사운을 걸고 있다. 일본을 비즈니스 중심 축으로 삼아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 뒤 본격적으로 다른 지역에도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던 게임 업체들도 올해 일제히 신기술을 적용한 대형 신작을 내놓으며 반전을 노린다. 넥슨은 모바일 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이달 24일 국내 출시하고, 콘솔(게임기)에서도 즐길 수 있는 '카트라이더:드리프트'도 공개할 예정이다. 넷마블은 인공지능 전담 연구 조직인 'AI센터'를 통해 각종 게임에 다양한 AI 설루션을 접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핵심 게임이었던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뿐 아니라 인터랙티브 영화, 액션 배틀 로얄, 수집형 게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기고자 : 박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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