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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장난감 자동차를 손에 꽉 쥐고 내어주지 않는 16개월 아들을 보고 NFT(대체 불가능 토큰)의 미래를 확신하게 됐다. 이기적 인간을 기본 가정으로 두는 자본주의가 공고해지는 것처럼 NFT도 마찬가지겠구나. NFT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소유욕을 자극한다. NFT는 가상 화폐에도 쓰이는 블록체인(분산 저장)을 활용해 '디지털 인증서'를 붙이는 기술로 디지털상 소유권을 나타내준다.

디지털 세상 속 자산에 고유 번호가 매겨지니, 아무리 복제되더라도 원본은 하나란 걸 증명한다. 온라인상 소유권이 명확해지면서 이미지나 텍스트뿐 아니라 예술품·부동산·게임 아이템·웹툰·방송 장면 등 온갖 자산이 NFT로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다.

별의별 NFT들이 태어나 최고가를 기록한다. 트위터 공동창업자가 15년 전 처음으로 트위터에 작성한 게시글이 NFT가 되어 경매에서 33억원에 낙찰됐다. 점으로 이뤄진 단순한 얼굴 이미지인 NFT 상품 '크립토펑크' 중 녹색 피부에 빨간 눈을 가진 그림은 51억원이었다.

사정이 이럴진대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작품을 보유한 화랑이나 미술관·박물관의 NFT 판매는 오히려 쉬워 보일 지경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를 소장한 오스트리아 박물관뿐 아니라 국내 화랑과 미술관도 김환기·이중섭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NFT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분명 잘될 것이다. 한정판 제품을 갖기 위해 긴 대기 행렬에 기꺼이 몸을 싣듯, 희소한 디지털 자산에 사람들은 애걸복걸하고 있으니까.

'소유의 종말'이니 '공유 경제'니 해도, 남들이 갖지 못한 걸 가지면 행복해하는 게 인간이다. 우리는 그저 세상의 모든 걸 끝없이 탐하는 동물일지도 모른다.

더 무서운 것은 소유에 관한 지분을 수백, 수천 개 조각으로 쪼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아들이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며 자랑할지도 모르겠다. "아빠, 이 모나리자 내 거야. 만분의 일이긴 하지만. 콧구멍 중에 여기 검은색 부분 있지?" 소유의 기쁨은 순수한 소유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랑하고 과시하며 남들의 인정을 받을 때 뿌듯해진다.

크립토펑크에 이어 원숭이 캐릭터 그림인 NFT 상품 'BAYC'는 농구스타 스테픈 커리와 가수 에미넘, 스눕독, 저스틴 비버 등이 구입해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면서 유명해졌다. 가지려는 사람이 많아지자 가격이 치솟았다. 한 원숭이 그림은 1년도 안 돼 5000배 오른 14억원에 거래됐다. 내 주변에도 NFT 그림을 카카오톡이나 소셜미디어 '프사'(프로필 사진)로 걸어놓는 친구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모든 것이 잘리고 찢겨져 상품이 된다. 공급자와 수요자, 상품만 있다면 시장이 형성된다고 경제 교과서에서 배웠다. 돈만 된다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내다 팔 것 같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22세 청년은 2017년부터 매일 찍은 셀카 1000여 장을 NFT로 팔아 11억원을 벌었다. 기고자 : 이기문 문화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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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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