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헹가래를 친다는 것은 띄워지는 사람이나 띄워주는 사람이나 서로에게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때는 졸업식장의 단골 이벤트였고 신혼여행 가는 신랑의 부상 유발(?) 일순위 장난이었지만 본디 헹가래는 신뢰의 상징이다. 하늘로 띄워진 사람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면 그 치명적 낭패를 어찌할 것인가. 얼마만큼 높이 올라가고 얼마나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을지는 모두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되고 믿음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우리 일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이 사실은 믿음 없이 이뤄지기 힘든 것들이다. "과장님 지시를 못 믿는 것이 아니에요. 자기가 한 지시조차 자신없어 하는 과장님이 못 미더운 거지."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JTBC)에서 오명주(윤사봉) 주무관이 상사인 진하경(박민영) 과장에게 한 말이다. 국지성 호우를 예측 못 해 민원 전화가 빗발치자, 과장은 질책만 한다. 기상예보는 국민의 생명 및 재산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어떤 것도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논리. 하지만, 팀원들은 우왕좌왕했던 상사의 업무 지시에 더 문제가 많았다고 도리어 상사를 원망한다. 서로 믿지 못하는 조직에서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니 자신을 못 믿겠으면 니를 선택한 내를 믿어라. 니 안 진다. 난 원래 지는 선수 안 뽑는다." '스물다섯 스물하나'(tvN)에서 펜싱 선수 나희도(김태리)에게 코치(김혜은)가 한 말이다. 국가대표 선발전 최종경기에서 흔들리는 제자를 코치는 '믿음'의 힘으로 잡아준다. '너를 못 믿겠으면, 나를 믿어라' 펜싱은 칼싸움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경기. 상대를 예측하지 못하면 제압할 수가 없다. 코치와 선수 두 사람은 서로를 믿었기에 승리했다.

아무 의심 없이 내 몸을 맡길 수 있다면 헹가래만큼 신나는 놀이도 없겠지만, 서로를 믿을 때만 완벽해질 수 있기에 누구와 헹가래치기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선택의 순간마다 헹가래치기를 떠올려보면 믿을 수 있는 쪽으로 조금은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큰 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믿고 내 몸을 맡길지 고민해본다. 기고자 :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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