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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금 전액 우크라이나에 기부
전쟁 피해자 자선 재단 만들 것＂

러시아 부호(富豪) 로만 아브라모비치(56)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첼시를 매각한다.

아브라모비치는 3일 첼시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을 매각하는 게 구단과 팬, 직원, 후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매각 수익금 전액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자선 재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에서 제재 압박을 계속 받자 구단을 팔기로 한 것이다. 철강 사업 등으로 돈을 번 그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정권과 유착된 신흥 재벌)를 대표한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작년 기준 아브라모비치의 순자산은 145억 달러(약 17조4800억원)에 달한다.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7월 첼시를 1억4000만 파운드(약 2300억원)에 인수했다. 런던을 연고지로 1905년에 창단한 첼시는 당시 1부 리그 우승이 1954-1955시즌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유럽 대항전 우승은 아예 없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는 과감한 투자로 첼시를 세계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BBC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주로 취임한 이후 19년간 이적 시장에서 쓴 돈이 20억 파운드(약 3조2300억원)다. 조제 모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안토니오 콘테 등 세계적 명장을 앞다퉈 영입했고, 디디에 드로그바나 에덴 아자르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아브라모비치는 경기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직접 심야 회의를 소집해 구단 직원들을 다그쳤다. 아무리 명장 소리를 들어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임기를 못 채우고 떠나면서 첼시는 '감독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의 전폭적인 투자 아래 첼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각각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EPL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선 다섯 차례씩 우승했다. 리그컵에서도 세 차례 우승컵을 들었고, 지난 2월엔 사상 첫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챔피언에 올랐다.

영원할 것 같았던 첼시와의 동행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끝나게 된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와 함께한 것은 내 인생의 특권이었고 성과들이 자랑스럽다"며 "이렇게 헤어져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단에 빌려준 15억 파운드(약 2조4200억원)도 돌려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첼시에선 사업이 아니라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일했다"고 했다. 첼시의 매각 예상가는 30억 파운드(약 4조8500억원)에 달한다.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세계적인 빅클럽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해서 박수만 받은 것은 아니다. BBC는 "대중과 소통이 거의 없어 일반 축구팬들과 동떨어진 갑부 구단주의 상징이 됐다"며 "재산 축적 과정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반대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래픽] 아브라모비치 인수 후 달라진 첼시 기고자 :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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