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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가신용, 투기등급으로 추락… JP모건 ＂국가부도 가능성＂ 경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고 러시아 증시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시장 지수에서 탈락하는 등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러시아가 디폴트(대외 채무 상환 불이행)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일(현지 시각) 러시아 국가 등급을 기존 '투자적격(Baa3)'에서 '투자주의(B3)'로 6단계나 낮췄다. 무디스는 "러시아가 가혹한 제재 속에 국가 부채 상환이 불투명해졌다"며 "향후 등급이 추가 하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신용평가사 피치도 이날 러시아를 '투자등급(BBB)'에서 '투기등급(B)'으로 6단계 하향 조정했다. 앞서 S&P는 지난달 25일 러시아 등급을 '투자적격(BBB-)'에서 '투자주의(BB+)'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정크본드(쓰레기 채권)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미국의 금융정보 업체 MSCI는 이날 "러시아를 9일 증시 마감 후 신흥시장에서 독립시장으로 재분류한다"고 밝혔다. MSCI는 글로벌 펀드들이 국가별 투자 비중을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다. 그동안 러시아에 투자됐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MSCI 지수는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선진·신흥·프런티어 등 3개 시장 지수로 구분된다. 독립시장은 이 3개 시장에 속하지 않은 우크라이나·레바논·팔레스타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MSCI는 "러시아 루블화 가치의 급등락 폭이 커졌고,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등으로 러시아를 더 이상 투자 가능한 시장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MSCI 지수 탈락으로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펀드들도 손실을 입게 됐다.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 주식형 펀드는 총 9개로 설정액은 1550억원가량이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23조7329억원)의 0.7% 정도다.

9개 펀드 중 유일하게 MSCI 지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러시아ETF(상장지수펀드)'는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투운용은 3일 "MSCI 측에서 지수에 포함된 러시아 주식 가격에 0.00001을 적용한다는 의견을 통보해왔다"고 공시했다. 이 ETF의 자산 가치가 사실상 '0원'이 된다는 뜻이다. 이 ETF에는 230억원 정도가 투자됐고, 3일 종가는 1만4380원이었지만 앞으로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유럽 본부 폐쇄를 명령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 제재가 시작된 후 유럽에서 러시아 은행이 폐쇄된 첫 사례다. 스베르방크 주가는 이날 런던 증시에서 78% 폭락하며 0.05달러(5센트)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99.7% 떨어지며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됐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러시아가 무역 제재와 국제 결제망 퇴출 등으로 해외에 발행한 국채 이자를 갚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고자 : 최형석 기자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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