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美, 푸틴·측근 재산몰수 TF 발족… 각국 의용군 1000여명 우크라로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민간인 살상에 맞서 강력한 연대를 과시하며 함께 항전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 실패라는) 군사 위기를 넘어 도덕적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2일 뉴욕타임스)란 말이 나온다.

러시아의 고립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외교 무대인 유엔(UN)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유엔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141국, 반대 5국의 압도적 표 차로 채택했다. 전체 유엔 회원국 193국 중 181국이 투표했으며 35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이 통과되는 순간 각국 외교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러시아 외에 북한,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동아프리카 홍해 연안의 군국주의 국가) 등 단 5국이었다.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과 인도,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 35국은 기권했다. 유엔 긴급특별총회의 결의안은 안보리와 같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러시아를 규탄하는 압도적 국제 사회 여론을 확인하는 정치적 무게를 지닌다. 유엔 긴급특별총회는 1950년 한국전 당시 소련이 틀어막은 안보리를 우회해 한국을 돕기 위해 처음 도입된 제도다.

한편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해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일본 등 각국에서 1000명 넘는 '국제 의용군'이 지원서를 내고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다고 이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밝혔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동맹이 아닌 우크라이나엔 공식 군사개입을 하지 않지만, 서방 등 19국이 무기 및 군수 지원을 하고 있으며 22국이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사실상 참전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제재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러시아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한 원유 및 가스 추출 장비 수출을 통제하고, 러시아의 22개 국방 관련 기관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미국은 러시아 맹방으로 이번 침공에서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똑같이 전면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품목과 기술, 소프트웨어 등이 벨라루스를 통해 러시아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유럽연합(EU)도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 러시아투데이(RT)와 스푸트니크 통신사를 "러시아 정부의 허위정보, 정보조작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 매체들의 역내 활동을 금지했다. 또 벨라루스군 고위 관리 22명에 대한 입국 금지와 자산 동결, 벨라루스의 광물과 연료, 고급 기술과 제품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도 내렸다.

한편 미 법무부는 러시아 집권층의 자금을 추적·몰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푸틴과 그 측근들을 타깃으로 한 이 TF는 '클렙토캡처(KleptoCapture)'로 명명됐다. 권력자가 막대한 부를 독점하는 부패 체제를 뜻하는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도둑정치)와 붙잡는다는 뜻의 캡처(capture)를 합친 것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군의 전범 혐의 조사를 위해 증거 수집에 착수했다. 카림 칸 ICC 검찰 검사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저질러진 전쟁범죄, 인도에 반하는 죄, 집단학살에 대한 현재와 과거의 모든 주장에 대한 조사를 망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