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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언론 브리핑서 양국에 ＂나토 가입 땐 심각한 결과＂ 엄포

유럽 국가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를 놓고, 미국 등 서방세계와 러시아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양측 전선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북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연말 러시아가 핀란드와 스웨덴에 나토에 동참할 생각을 하지도 말라고 경고하자, 이들 두 나라가 군사동맹 체결이나 나토 가입 문제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발끈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유럽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미국·나토·우크라이나를 향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1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핀란드는 언제든 (원할 때)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핀란드엔 군사 동맹과 나토 가입을 포함해 스스로 (군사·안보) 전략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 역시 "우리는 안보 정책을 결정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두 나라의 입장 발표는 러시아가 최근 보낸 경고 메시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한다면 심각한 군사적·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러시아는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현재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군사훈련을 함께 하는 등 나토 협력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은 모두 30국이며, 협력국(PfP·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은 20국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의 당사국은 아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긁어 부스럼 상황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국경을 맞댄 핀란드 정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킴모 킬리우넨 핀란드 의회 의원은 현지 일간지인 헬싱인 사노마트에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는 자신들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100년 넘게 러시아의 지배를 받다 1917년 독립한 핀란드는 러시아와 134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1939~1940년 소련이 국경선 재조정을 요구하며 100만 대군으로 밀고 들어온 '겨울전쟁'을 비롯해 두 차례 전면전을 치르며 영토 일부를 잃었다. 이때의 뼈아픈 기억 때문에 핀란드는 냉전 이후에도 군사력을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군사 옵션을 아예 없앤다면 오히려 러시아에 힘을 실어줄 위험이 있다"며 "강대국들이 전쟁을 피하는 것만을 목표로 할 때, 제일 잔인한 국가가 국제 질서를 휘어잡았다"고 말했다.

두 나라가 빠른 시일 내에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웨덴인 3명 중 1명은 나토 가입을 찬성했고, 반대 의견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핀란드인의 40%는 나토 가입에 반대했고, 26%가 찬성했다. 핀란드의 경우 야당에서도 나토 가입 찬성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나토 가입국 확대 여론은 확산하는 양상이다. 발트 3국 등 반러 성향이 강한 나라일수록 러시아 견제를 위해 가입국이 더욱 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스토니아 의회 마르코 미켈슨 외교위원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북유럽 전체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FT는 "핀란드가 당장 나토 가입을 신청할 가능성은 작지만, 러시아의 요구가 오히려 핀란드 내부의 나토 가입 논의에 불을 지폈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2일(현지 시각) CBS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더욱 밀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오는 10일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첫 실무 협상에 돌입한다.

[그래픽] 나토(NATO) / 비회원 유럽국가와 협력 기고자 : 백수진 기자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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