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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로펌 연 이정규·이탁규 형제

"한국인은 법률 대응을 맡길 때 소송전까지 가서 '사이다' 같은 승패를 원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일본에선 물밑에서 원만히 합의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

일본에서 한국인 최초로 변호사 사무실을 낸 이정규(42)·이탁규(41)씨는 "이런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것부터 상담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형제는 지난 2018년 3월 '뉴커머(재일교포가 아닌 1980년대 이후 일본에 이주한 한국인)' 유학생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도쿄에 로펌을 설립했다. 지난달 27일 도쿄의 '변호사법인 J&T' 사무실에서 형제를 만났다.

형제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늦깎이 유학'을 가서 변호사가 됐다. 평소 일본에 관심이 많았던 정규씨는 한국외대 일본어과에 다니다 오키나와현 장학생으로 선발돼 류큐대로 유학을 갔다. 이때 미군 기지 이전 운동을 벌이던 오키나와 지역 주민에게 "법을 공부해 변호사가 되어달라. 지식과 영향력을 갖추고 도움을 구하는 많은 사람을 도와달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이 얘기를 듣고 법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해 도쿄대 법학부에 진학했다. 동생 탁규씨는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다니던 중 형을 따라 유학을 갔고, 히토쓰바시대 법학부에서 학업을 마쳤다. 형제는 도쿄대 로스쿨을 거쳐 신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변호사 법인을 설립했다.

형제는 최근 일본 교민 사회에서 '조용한 해결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형제의 주요 업무는 일본에 진출 혹은 철수하는 한국 기업의 법률 자문 및 절차 대행이다. 하지만 일본 요코하마 총영사관 법률 자문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생활상담센터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기업인과 교민들의 크고 작은 업무상·생활상 문제를 상담하는 일이 더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까진 여행으로 일본을 찾은 관광객의 도움 요청이 많았다. 술김에 폭행 사건에 휘말린 관광객은 언어 장벽과 도주 위험 때문에 구류되기 쉽고, 풀려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형제는 새벽에 '출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코로나로 여행이 줄어든 요즘, 형제를 고민에 빠지게 한 상담거리는 '성희롱' 문제다. 현지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일본인 직원의 말이 성희롱 시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본에선 동료 사이에서 허용되는 얘기도 상대적으로 남녀 평등의식이 높은 한국인이 듣기엔 성희롱일 수 있어요."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부당 계약 해지된 한국 기업, '한국인에 대한 이지메'를 호소하는 교민들도 늘었다. 형제는 "한국 교민이 50만명을 넘지만, 그만큼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갈등하는 일도 많다"며 "교민들 어려움 해소에 더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기고자 :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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