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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재원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한스 치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이웃집 토토로'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쓴 작곡가 히사이시 조, '어벤져스' '아이언맨'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영화음악들…. 코로나 사태에서도 지난해 20여 차례의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음악 콘서트들이다.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코피스)의 연간 클래식 유료 티켓 판매율에서도 '히사이시 조 콘서트'가 1위에 올랐다.

이 음악회의 '숨은 주인공'이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김재원(33)씨다. 영화음악 콘서트에서 그는 피아노 앞에서 연주하다가 다시 지휘대로 올라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1인 2역'을 숨 가쁘게 소화한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에서 흔히 '세미 클래식'이나 '크로스오버'로 불리는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3일 인터뷰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흐르는 왈츠나 '어벤져스'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을 들으면 곧바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처럼, 좋은 영화음악은 정서적 감흥이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갖고 있다"면서 "그 힘이야말로 음악회의 성공 동력"이라고 말했다.

1세대 재즈 피아니스트인 김성림(1927~2010)씨가 그의 할아버지, 연극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진우(61)씨가 아버지다. 3대 '예술 가족'에서 태어난 그도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 동아음악콩쿠르 1위를 차지한 클래식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4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전문 반주자로 나섰던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재즈 피아노로 전공을 바꿔서 유학을 가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중도 포기했다"면서 "당시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 바람에 입시와 콩쿠르, 졸업 연주회의 반주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반주자로 소문이 나면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첼리스트 송영훈·심준호, 플루티스트 조성현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의 리사이틀에서도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그는 스스로를 "생계형 연주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다분히 겸손과 엄살이 섞여 있다. 2017년에는 30대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실내악단 '클럽 M'을 창단해서 리더를 맡고 있다. 뉴에이지 피아노곡을 작곡·연주해서 벌써 3집 음반까지 발표했다. 2020년에는 '위(We)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서 예술 감독도 맡고 있다. 이 악단과의 첫 프로젝트가 영화음악 콘서트다. 클래식·뉴에이지·영화음악까지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음악가인 셈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엄격한 위계질서나 속박을 잘 견디지 못하는 편이었다. 지금도 딱 하나의 신조가 있다면 예술적 자유"라고 말했다.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블록버스터 영화음악 콘서트에 이어서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으로 15일 울산, 23일 수원, 2월 26일 대구 공연을 이어간다. 할아버지가 남긴 미발표곡을 바탕으로 아버지가 연출하고 그가 연주한 음악극 '천국의 콘서트'도 오는 4월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당분간 장르 불문하고 그의 이름을 계속 보게 될 것 같았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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