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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토의 5.5%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에 그린벨트를 설정한 것은 1971년의 일이다. 벌서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그린벨트를 둘러싸고 우리사회에서는 말썽도 많았다.

당초 그린벨트를 치게된 목적은 세가지가 있었다. 첫재는 대도시의 무질서한 평면적인 확산을 막자는 것이고,둘째는 국가안보상 개발이 바람직하지 못한 지역에 대한 개발을 유보하자는 것이고,셋째는 도시주변의 자연을 보전하여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70년대 초에 우리나라 수준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대단한 용단이었지만,이에 못지않게 이를 지켜낸것 또한 훌륭한 업적이라할 수 있다.

국립공원이나 자연림의 보호라면 몰라면 대도시 주변의 그린벨트를 이만큼 유지했었다는 것은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그린벨트가 지탱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년간 역대 국가원수들의 특별한 관심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그린벨트는 그동안 도시 변두리의 무질서한 개발을 막을 수 있었고,자연보전에 크게 기여하였을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 억제에도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 전국 14개 지역에는 국토면적의 5.5%에 해당하는 광대한 토지가 그린벨트에 묶여있다. 수도권 그린벨트만해도 4억7천만평이나 된다. 이는 서울시 행정구역의 2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이다. 따라서 이의 재산권 제한에 수반하는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그린벨트에 얽힌 말썽이 어디서 연유하느냐 하면,법으로는 허용을 해놓고 절차로 막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린벨트를 성역시한 나머지 함부로 손댈 수 없는 행정의 경직성 때문에 관리의 탄력성을 잃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순리로 따지자면 그린벨트에 편입된 민유지는 정부가 매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매수할 자금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안타까운 입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정부입장에서 보면 재산의 처분권과 사용권을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할 필요가 없다 할지 모른다. 또한 그린벨트 지정초기에는 27가지에 불과했던 허용사항이 2백80가지로 늘어났으니까 지역내 주민들의 불편은 없다고할는지 모른다.

주민희생 언제까지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가령 분가를 해도 주택의 신축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환갑을 지낸 형제와 자식 며느리 손자가 한집에서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돼지를 기르던 어떤 주민은 갑자기 시로 승격되면서부터 축산을 할 수 없게 되어 생계가 막연한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그린벨트 주민들은 인근토지와의 심한 땅값차이 때문에 부동산을 처분할 수가 없어 이사도,직업전환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도 적지않다.

그린벨트가 아무리 소망스럽다해도,토지 소유주나 그곳 주민들의 희생을 언제까지나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년전 그릴벨트를 지정할때는 그 취지가 도시의 확산방지와 국가안보라는 지극히 평면적인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린벨트에 대한 인식이 환경보전에 더 큰 비중이 옮겨지는 과정에 있다. 말하자면 그린벨트의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 회의의 눈으로 보던 언론이 그린벨트의 감시역으로 변했고 많은 자연보전 단체들과 환경론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린벨트의 존재의의가 도시읜 확산방지와 환경보전에 있다면 운동시설 등을 중심으로한 시민의 여가공간도 제공되어야 한다. 가용토지는 한정되어 있는 현실에서 인구는 늘어나기만 하니 날로 증가하는 사회시설 수요를 메울길이 없다.

현행 그린벨트는 지형적으로 불합리하게 책정된 곳이 많다.

환상을 형성하거나 농경지와 취락이 포함되게 마련인데 수도권만도 이런 땅이 1억4천만평이나 된다.

통제위주 재고를

수도권의 경우 1천5백만의 시민이 마음놓고 뛰놀 공간이 태부족이다. 휴일이면 더욱 심각하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늘어나면 늘아날수록 생활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국민의 욕구는 증대되는 법이다. 이러한 국민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종래의 통제위주의 그린벨트 관리체제를 재검토해야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런던이나 모스크바의 그린벨트처럼 여러가지 운동시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함으로써 시민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 방법만이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며,그린벨트를 국민의 그린벨트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될것이다. <경원대 대학원장 도시계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