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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우크라 전쟁

러시아의 전격적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면전이 양국 간 분쟁에서 주변국이 참가하는 국제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맹방이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항전(抗戰)을 돕겠다며 서방 각국의 '의용군'이 줄을 잇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재가가 있으면 벨라루스를 상대로 선제적인 미사일 공격을 개시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각) "벨라루스에 대한 외국의 도발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남부 국경에 병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에 배치되는 병력은 잘 훈련된 '신속전개군'으로, 이들은 어떠한 군사적 도전 행위도 분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은 "우크라이나 국경 쪽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중화기를 배치 중이며, 러시아에 S-400 대공방어미사일의 추가 배치도 요구했다"고도 전했다.

벨라루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한 본격적인 몸풀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벨라루스는 이미 러시아를 도와 전쟁에 한쪽 발을 담근 상황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러시아가 타국에 공격당하면 기꺼이 참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달 합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쪽과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에서도 침공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AP통신은 "미국 정부도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지지부진한 전세를 단번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지원군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 서북쪽에서 밀고 내려오면 서부 폴란드 쪽에서 넘어오는 서방의 군사 지원을 차단할 수 있다. 또 러시아군의 공세를 북쪽에서 저지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우회해 포위 공격도 가능하다. 벨라루스군의 참전이 이번 전쟁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벨라루스군이 당장이라도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낸 상황"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경 인근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지난 1일 "흰색 원이 그려진 벨라루스군 장비가 줄지어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도 "현재 벨라루스 쪽 국경 근처에 탱크 약 300대가 대기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 고의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벨라루스가 실제로 참전하게 될 경우, 전쟁 양상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 등 서방 세계가 더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럽연합(EU) 등 유럽 각국이 격렬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에 서서 함께 싸우겠다는 서방 진영의 의용군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육군과 해병대 전직 군인으로 구성된 전방관측단(FOG) 소속 전투원 20여 명이 지난달 27일 키이우(키예프)에 도착해 활동에 들어갔다. 전직 군인 출신의 미국인들이 이스라엘 등 타국의 지원병들과 함께 민간인 보호와 의료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또 우크라이나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국제 여단(旅團)'의 결성을 알리자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일본, 라트비아 등에서 입대 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과 덴마크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참전을 원하는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출국을 허용키로 했다. 라트비아는 아예 의회가 자국민의 참전 허용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날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인용해 "지난 1일 밤까지 약 70명의 일본인이 참전을 지원했으며, 이 중 50명은 자위대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BBC방송에 "러시아군과 싸우러 우크라이나로 가기로 한 영국인들을 지지한다"며 "그들은 유럽 전체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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