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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 전 생중계 러 안보회의 논란
＂독재자처럼 일방적 침공 결정, 신하들 불러모은 황제 같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내외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침공 결정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분석이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인정하고, 이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을 승인한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연설 직전 러시아 전역에 생방송된 안보 회의가 이 같은 관측의 근거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 안보 회의에는 친러 반군이 지배하는 돈바스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독립 공화국으로 승인할지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안보 관련 최고위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춘 듯 하나둘 연단으로 나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멀찍이 놓인 책상 뒤에 앉아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를 두고 "참모 의견을 들으려는 대통령이라기보다, 신하들을 불러 모은 황제 같았다"며 "자신의 결정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참모진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연출한 쇼"라고 평가했다.

하이라이트는 러시아 정보기관 수장인 세르게이 나리시킨 대외정보국(SVR) 국장의 발언 중 벌어졌다. 그는 "서구 파트너들에게 협상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민스크 협정을 준수하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오늘이라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자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푸틴은 나리시킨의 말을 자르며 "'그러지 않으면'이라는 건 무슨 뜻이냐. 협상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나리시킨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자 푸틴은 "아니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주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냐"며 "무슨 말인지 분명하게 말을 해라. 예, 아니요로 답하라"고 몰아붙였다. 나리시킨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러시아 연방에 합병하자는 제안에 찬성한다"고 하자, 푸틴은 "합병은 회의의 안건이 아니다. 독립을 승인해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재차 물었다. 나리시킨은 "두 공화국의 독립 승인에 찬성한다"라고 답한 뒤에야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이 참모진을 망신주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며 고립을 자초하고 있지 않은지 주목해야 한다"며 "러시아 국민의 반전 여론이 높아지면, 푸틴의 정치적 기반을 지탱하는 엘리트층도 이에 휘둘릴 수 있다"고 전했다. 기고자 :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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