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대선 마지막 TV토론… 증세 문제 치열한 공방

2일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회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복지 재원 조달을 위해 부유층에 대한 증세(增稅)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증세 논쟁에 불을 붙였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수백조원이 필요한 공약을 제시하면서도 재원 마련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심 후보에게 맞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재원 조달에 관한 이야기 없이 복지 공약만 이야기했다.

심 후보는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모든 일하는 시민을 포괄하는 신복지 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부유층에게 재난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을 요청한다"며 증세론을 꺼냈다. 반면 이 후보는 갖가지 복지 확대 공약을 제시하면서도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기존 예산 삭감)과 탈세 단속, 세수 자연 증가만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며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다. 윤 후보도 "우리나라의 초(超)저성장 기조에 비춰봤을 때 증세는 경제에 큰 타격이 된다"며 증세 반대론을 폈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게 "공약별 예산이나 재정 계획도 안 내고 막 공약을 팔고 다닌다"고 공격했다. 그는 윤 후보 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400조원이 들어가는데 윤 후보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통합과 주식양도세 폐지 등 감세(減稅)도 약속했다면서 "감세하는 복지는 사기"라고 했다. "부유층을 대표하는 정당의 후보라면 재난의 시기에 오히려 부유층에게 고통 분담을 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책임 정치"라고도 했다. 윤 후보는 "필요하면 증세나 국채 발행도 해야겠지만, 원칙은 경제를 원활하게 성장시켜야 거기서 복지 재원이 산출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효과가 떨어지거나 단기적인 경기 부양 예산을 줄이고 자연 세수 증가를 합치면" 공약 이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심 후보가 "그거 거짓말이다"라고 하자 윤 후보는 "근거도 없이 그렇게 말씀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에게도 "언론에서 공약으로 300조~350조원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감세는 이야기하면서 증세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희는 증세 자체를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예산이 연간 400조원이었는데 지금 630조원이 됐고 앞으로는 800조~900조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지출을 매년 수십조원씩 늘리면서 그 대부분을 적자 국채를 발행해서, 즉 빚을 져서 충당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적자 국채를 현 정부보다도 대규모로 발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페미니즘'과 성인지 예산을 놓고도 충돌했다. 이 후보가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 교제가 안 된다고 했는데 윤 후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무엇이냐"고 묻자 윤 후보는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현실로 인정하고 이를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이라며 "그것 때문에 남녀가 못 만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또 윤 후보가 '성인지 예산 30조원의 일부만 떼면 북한 핵 위협을 막을 수 있는 무기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성인지 예산 중 어떤 것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성인지 예산을 구조조정하겠다"고 하자 이 후보는 "포인트가 안 맞는 말"이라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안 후보와 심 후보에게 '통합 정부'를 제안했다. 심 후보가 "민주당은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 직고용하겠다는 공약을 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가능하면 차기 정부에서 통합 정부를 만들어서 직접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180석 갖고도 아무것도 안 한 정당이 선거 때마다 공약을 재탕·삼탕하는데 신뢰하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르다"고 했다.이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 후보가 "저출산 원인 중 하나는 청년들이 수도권에 몰렸는데 주거 여건이 열악하니 결혼할 여건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하자 이 후보는 "매우 훌륭한 지적"이라고 했다. 기고자 : 김경필 기자
본문자수 : 209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