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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연두교서 발표, 미군 파병 없다는 원칙 재확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현지 시각) 62분간 진행된 임기 첫 연두교서의 초반 상당 부분을 우크라이나 사태에 할애했다. 전면 침공을 감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동맹국 간의 굳건한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푸틴을 지칭할 때 대통령 직함도 생략한 채 이름으로만 불렀다. 대중·대러 견제와 이를 위한 '동맹 규합'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바이든으로선 '독재자' 푸틴에게 맞선 민주·자유주의 진영을 지키겠다는 '가치 외교'를 다시 국내외에 강조할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바이든은) 러시아 침공에 맞선 서방 세력의 단합을 자랑했다"며 "이날 연설에서 (독재보다) 민주주의가 우세할 것이란 확신을 줌으로써 미국인들의 신뢰감을 얻을 것이란 메시지를 던졌다"고 했다.

그는 연설에서 "오늘 나는 이 폭력적인 (푸틴) 정권에서 수십억 달러를 축재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정권과 유착된 신흥 재벌)와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말하겠다"며 "더는 안 된다(no more)"고 했다. 이어 "미 법무부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범죄를 추적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있다"며 "유럽 동맹들이 그들의 요트와 호화 아파트, 전용기를 찾아내는 데 합세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은 "러시아를 더 고립시키고 러시아 경제에 더 부담을 주기 위해 모든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을 금지한다"고 했다. 연설 직후 미 교통부와 연방항공청(FAA)은 러시아 항공기와 항공사의 미국 영공 진입 및 이용 금지를 2일 자정부터 발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유럽연합(EU) 및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 상당수가 러시아의 영공 진입 금지를 이미 발표한 상태다.

바이든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의 충돌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파병은 없다는 원칙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푸틴이 서진(西進)을 계속하기로 결정할 경우 나토 동맹을 방어할 것"이라며 "폴란드, 루마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나토 국가들을 방어하기 위해 미 육군, 공군과 함대를 전개해왔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군사·경제·인도적 지원을 했다고도 했다. 바이든은 이날 특별 초청된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일으켜 세워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취임 첫해 통과시킨 인프라 법안의 성과를 언급하며 "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듯, 미국인에게 맞서는 쪽에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good bet)'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바이든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인 인플레이션의 해결책으론 '바이 아메리칸, 메이크 인 아메리카'를 제시했다. 미국산 부품을 구매해 미국 내에서 상품을 제조하자는 것이다. 그는 "나의 최고 우선순위는 물가를 통제하는 것"이라며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서 더 많은 차와 반도체를 만들도록 해 비용을 줄이도록 하자"고 했다.

그는 "미 연방정부는 (제품 구매·조달 시장에서) 매년 6000억달러(약 725조원)를 쓴다. 항공모함 갑판부터 고속도로 가드레일의 강철까지 모든 것이 미국제임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백악관은 작년 7월 특정 상품의 60% 이상(기존 55%)이 미국산이어야 연방정부 조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자국 제품 구매·생산을 강조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는 원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이었다. 그럼에도 바이든이 임기 첫 연두교서에서 국내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이를 제시한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블루칼라'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삼성·SK·LG 등 우리 기업으로선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는 미국의 투자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고자 :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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