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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사건 직후부터 자신의 행위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에 해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이 전 차관 공소장에 담긴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또 이 전 차관이 특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인 택시 기사를 이틀 연속 회유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서 밝혔다. 당시 경찰은 형사 입건을 피하기 어려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아니라 단순 폭행으로 처리,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은 재작년 11월 6일 밤 자신의 아파트 앞에 정차한 택시 안에서 운전석에 앉은 택시 기사 A씨의 목을 움켜잡았다. "XX놈의 XX" 등 욕설을 하는 장면도 택시 블랙박스에 찍혔다. 폭행 이틀 뒤인 8일 이 전 차관은 A씨를 만나 사과하고 합의금 조로 1000만원을 송금했다. 또 같은 날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폭행) 영상을 지워주시면 어떻겠냐"고 부탁했다. 하루 뒤인 9일 오전 8시 18분쯤 이 전 차관은 A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운전석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폭행이 이뤄지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될 수 있다. (차에서) 내려서 깨우는 과정에서 (단순) 폭행을 당했다고 말해줄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은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반면, 단순 폭행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이 안 된다. 이 전 차관은 형사 입건과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한 셈이다.

실제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이 전 차관 의도대로 이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이런 상황은 이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후 뒤늦게 본지 보도로 알려졌고 '경찰의 봐주기 수사'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 전 차관은 차관 임명 6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건을 재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사건 발생 10개월 만인 작년 9월 이 전 차관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고자 :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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