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19세의 新물결… ＂대학보다 금메달＂

새해가 밝았다. 2003년생이 대학 신입생이 된다. 황선우(19)는 다른 길을 간다. 그는 캠퍼스 대신 실업팀(강원도청)을 선택했다. "2022년에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나 아시안게임처럼 중요한 대회가 많아요. 당분간 수영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황선우는 훈련에 집중하려고 지난해 도쿄올림픽 직후 쏟아지던 방송 출연 요청을 전부 거절했다.

◇터닝 포인트 2021년

지난 2021년은 황선우에게 어떤 해였을까. 그는 "터닝 포인트" 다섯 글자를 말했다. 5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국기록(자유형 100m)과 세계주니어기록(자유형 200m)을 경신하더니, 7월 도쿄 올림픽에서 마음껏 타올랐다. 자유형 100m는 준결선에서 한국 기록이자 아시아 기록(47초56)을 세워 아시아 선수로선 65년 만에 올림픽 결선에 진출해 5위를 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때 다니 아쓰시(일본·7위)를 넘어서는 쾌거였다.

황선우는 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도 예선에서 한국기록이자 세계주니어기록(1분44초62)을 썼고, 결선에선 150m까지 세계기록을 경신할 속도로 헤엄치다가 막판 스퍼트 싸움에서 밀려 7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국제 규격 수영장(길이 50m, 수심 3m)에서 하루 여러 번 예선과 결선을 치르는 메이저 국제 대회를 뛴 것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나란히 헤엄친 것도 도쿄올림픽이 처음이었는데 그 첫 무대에서 자신의 한계를 깼다.

올림픽 스타가 됐지만 황선우는 "자축은 정말 큰 성과를 낸 뒤에 하고 싶다"면서 외부 활동 없이 훈련을 이어갔다.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FINA(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25m) 월드컵에서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땄다. 이어 12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200m 금메달로 메이저 대회 첫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기록도 4개(자유형 100m·자유형 50m·계영 200m·개인혼영 100m) 수립해 고교시절 마지막 무대를 눈부시게 마무리했다. "올림픽에서 마지막 50m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는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마지막 50m 스퍼트로 1위를 했어요. 올림픽 이후 어디서 어떻게 힘을 쓸지 고민했는데, 훈련을 통해 많이 발전한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2022년, 게임 스타트!

황선우의 주 종목인 자유형 100m와 200m는 키가 2m에 육박하고 근육을 온 몸에 에어백처럼 휘두른 서양 선수들이 압도하는 무대다. 키 186.9㎝, 몸무게 76㎏ 황선우가 이들과 스타팅 블록에 오르면 작고 말라서 도드라진다. 그럼에도 세계 무대를 노크하는 비결이 뭘까. 그는 빠른 스타트 능력을 타고났다. 올림픽에서도 자유형 100m 결선 스타트 1위(0.58초)를 비롯해 출발만큼은 세계 정상급이었고, 최근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선 출전한 경기마다 0.5초대로 스타트 1위를 독식했다. 물 타는 능력도 하늘이 준 재능이다. 오른팔을 왼팔보다 더 길게 뻗어 힘을 주는 '로핑 영법(loping stroke)'은 체력 소모가 크지만 가속도가 뛰어나 단거리 수영에 적합한데, 황선우는 어릴 적 스스로 터득했다. 폐활량이 탁월하지도, 잠영이 뛰어나지도, 체력이 압도적이지도 않지만 헤엄치는 감각이 남다르다.

황선우는 자신의 한계를 아직 모른다. 국내에 수심 3m 수영장(국제 규격)은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렀던 광주에 한 개 있는데, 대관이 어려워 수심 2m 이하 수영장에서 줄곧 훈련했다. 수심이 깊을수록 물의 파장이 작아지고 부력이 커진다. 그가 올림픽에서 신기록을 줄줄 썼던 이유다. 국제 대회에 나갈 때마다 신기록이 나오니 수영 훈련이 즐겁고, 쉴 때도 수영 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일상생활에 대해선 "특별한 취미나 특기가 없다. 싫어하는 것도 없다"고 물처럼 대답하는데 수영 얘기만 나오면 황소 고집이 된다. 수영복과 수영모는 구매해 쓰고, 입고 먹는 것과 운동 방법 등 수영에 관련한 모든 것을 직접 고르고 판단한다. 대기업 CJ는 2년 전 그를 눈여겨보고 2024 파리 올림픽까지 후원 계약을 했다. 그는 "제 가능성을 일찍 알아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황선우는 이달 말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나간다. '올림픽 결선 진출자'란 수식어 덕분에 여러 미국 대학팀에서 러브콜이 왔다. 수심 3m 수영장에서 본격적으로 헤엄치면서 다양한 훈련 파트너들과 실력을 겨루고, 외국인 감독에게 족집게 과외도 받을 예정이다. 여기서 흘린 땀을 바탕으로 5월 일본 후쿠오카 세계선수권과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에 차례로 나선다. 세계선수권에선 2011년 박태환(자유형 400m) 이후 첫 메달에 도전하고, 아시안게임에선 3관왕을 노린다. 그는 "새해에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눈을 빛내며 2022년 각오를 다섯 글자로 말했다. "게임 스타트!"

[그래픽] 황선수(19), 아시아 수영 황제를 향해 기고자 : 양지혜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43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