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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잡지에 15년간 익명 칼럼

일본 잡지 '세카이(世界)'에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써서 한국의 인권 탄압과 민주화 운동을 해외에 알렸던 지명관(98·사진)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1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평북 정주 출신인 지 전 교수는 1947년 월남해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종교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덕성여대 교수와 '사상계' 주간을 지냈다.

1973~1988년 월간 '세카이'에 'T.K.생(生)'이라는 필명으로 칼럼을 썼다. '세카이' 편집장에게 은밀히 그를 소개해 준 사람은 고향 선배인 선우휘 조선일보 주필이었다. 그의 칼럼을 위해 언론인과 선교사 등이 민주화 운동 진영의 메모를 몰래 전달했다. 꼬깃꼬깃한 종이에 손으로 적어 일일이 담배를 말아 담뱃갑에 넣거나 속옷에 숨겨 가져온 사람도 있었다. 국내 지식인들은 '세카이'를 너덜너덜해지도록 돌려 읽었다고 한다.

1993년 귀국해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KBS 이사장(2000~2003) 등을 지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취임사 준비위원장을 맡았으나, 공직에서 물러난 뒤인 2006년엔 "국민을 적과 아군으로 나눌 게 아니다"라며 노무현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유족은 아내 강정숙씨와 지형인(게이오대 교수)·지효인(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임원)·지영인(미네소타대 교수)씨 등 3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4일 오전 7시. (02)2072-2022 기고자 :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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