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탈레반, 지난달 금지령 내렸지만 경제난 겪는 주민들 사이서 유행

작년 8월 탈레반 재집권 이후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매매혼(賣買婚)'이 유행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지난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프간에서 딸이 어렸을 때 미리 결혼 상대를 정해주고 15~16세 때 시집을 보내는 관행은 이전에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생후 20일 된 여자 갓난아기를 돈을 받고 팔아버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미국과 국제기구 등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지원이 끊기면서 아프간의 경제난이 심각해졌고, 먹고살기 힘들어진 서민들이 어린 딸을 팔아서라도 생계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프간 서부에 사는 여성 아지즈 굴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내게 알리지 않고, 열 살 된 딸을 돈을 받고 결혼시키기로 했다"며 "딸을 구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겠다는 생각으로 친척과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계약금 10만 아프가니(약 120만원)를 돌려주고 계약을 무효화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가족 모두 굶어 죽을 상황이라 나머지라도 구하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네 자녀의 아버지 하미드 압둘라도 최근 만성 질환을 앓는 아내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일곱 살이 된 첫째딸의 결혼을 계약했고, 지금은 6세인 둘째딸 결혼 상대를 찾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11월 성명문에서 "지참금을 받고 생후 20일 된 여아까지 매매혼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극도로 끔찍한 경제난이 아프간 소녀들을 어린 나이에 결혼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를 비롯해 국제 아동단체와 인권단체의 비판이 잇따르자 탈레반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는 최근 매매혼 등 강제 결혼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냈다. 하지만 당장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을 상황에 부닥친 아프간 부모들이 여전히 어린아이를 팔아넘기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작년 8월 유니세프 발표에 따르면, 아프간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은 1000만명에 달했다. 이 중 100만명은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는 수준의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40년간의 전쟁과 극심한 가뭄, 코로나 대유행으로 경제난이 심해진 아프간이 탈레반 재집권으로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인구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기고자 : 김동현 기자
본문자수 : 115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