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주차장에서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50대 건축업자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오전 11시쯤 양재동 P 아파트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 이 아파트를 분양한 건축업자 이모(51)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에 집을 구하러 온 시민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경찰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CCTV에 용의차량인 흰색 그랜저가 도주하는 장면이 찍혔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번호를 식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흉기를 휘두른 수법이 잔인하고 숙달된 점 ▲평소 이씨의 채무 관계가 복잡한 점 등을 근거로 단순 강도가 아니라 원한에 의한 치밀한 계획 살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전문 살인청부업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씨는 이날 오전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입주자의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아파트를 찾았다 변을 당했다. 목수 출신인 이씨는 다세대 주택과 소형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해왔으며, 서울 서초동과 충남 아산시에 모텔을 소유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재산이 200억원대지만 빚을 빼면 순수한 재산은 50억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이 일어난 P아파트는 6층짜리 아파트 2개 동으로 구성된 30세대 규모의 작은 단지로, 2004년 1월 분양됐다.

경찰은 일단 이씨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할 처지에 있던 채무자의 범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채무·채권 관계를 조사해보니 현재까지는 갚아야 할 빚보다 받을 빚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금융계좌 조사를 하면서 500만~3000만원씩 빚을 졌던 채무자가 최소 4명 확인됐으며, 수사가 진행되면서 채무자 수와 빚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정지섭 윤주현
본문자수 : 91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