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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TV에서라도 한번쯤 '예술구' 시범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짝'하는 소리와 함께 큐 끝을 떠난 공이, 때로는 장애물까지 놓여 도무지 맞힐 수 없을 것 같은 상대 공들을 그야말로 예술처럼 맞히는 것을 보면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 어려운 예술구를 큐가 아니라 두 손가락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인천당구협회 소속 프로당구 선수 조문환(趙文煥·45·사진)씨다. 1998년 태국 방콕 아시안게임 당구 국가대표이기도 했던 그는 요즘 2000점을 치는 큐 당구 실력보다 '손 당구'로 훨씬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오른손 엄지와 중지로 공을 잡은 뒤 힘껏 돌리며 당구대 안에 밀어 넣어 그 공이 도는 힘으로 원하는 다른 공들을 맞히는 것이 그의 손 당구다.

"20여년 전 인천 신포동에 있던 사촌형네 당구장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하루는 손님이 치고 간 당구대에서 공을 치우다가 그냥 손으로 한번 휙 돌려봤는데 회전이 되면서 멋지게 가는 거예요. 문득 '이거 재미있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말로 하면 '필이 꽂힌' 거죠."

그 날 이후 그는 틈나는 대로 손 당구를 연습했다. 당구장에 살다시피 하며 미친 듯 당구를 치느라 집에 안 들어간 날도 많았다. 이렇게 해서 갖게 된 그의 손 예술구 '레퍼토리'는 50가지쯤 된다. 미혼인 그는 요즘 전국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한 달에 6~8번씩 시범을 다니고 있다.
기고자 : 최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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