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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 30만여평을 꽃으로 채우는 세계 꽃박람회가 내년 수도권에서 열린다. 신도시인 고양 일산에 한국에서 나는 모든 꽃들과 꽃 교역국에서 나는 세상의 꽃들이 어우러지는 사상 최대의 꽃축제인 것이다. 이 꽃박람회는 우리 한국의 꽃문화를 둔 전환의 계기로서도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인도나 동남아 도처에 널려 있는 사당들은 촛불과 향과 꽃으로 장식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꽃은 인간과 신명과의 매체로서 그를 바침으로써 신에게 기원하고 보우를 빌었다. 곧 동남아에 있어 꽃은 신의 것이다. 한데 유럽에 있어 꽃은 꺾어서 이용하는 인간의 것이다.

오이디우스의 「변신(변신)이야기」에 보면 이미 고대 희랍시대부터 모든 꽃들은 개성과 정념과 의미를 가진 신이나 요정들의 변신이었다. 특정의 꽃에 특정의 의미부여를 하는 문화는 그 후에도 계승되었다. 이를테면 나폴레옹이 엘바섬에 유배당할때 『오랑캐꽃이 필때 반드시 돌아가리다』한 말이 씨가 되어 오랑캐꽃은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꽃이 된 것이 그것이다.

그리하여 세람(selam)이라 하여 각기 다른 뜻을 가진 꽃들로 꽃다발을 만들어 보냄으로써 애정이나 우정 그리고 질투의 뜻도 그로써 전할 수가 있었다. 곧 서양 사람들에게 있어 꽃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생활 필수품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지금도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모든 가게문이 닫힌 심야나 주말에도 꽃집만은 장사를 하고 있다. 유럽에서만 꽃의 축제가 8백군데에서 열린 것도 그 때문이다.

동남아의 꽃이 신의 소유요 유럽이 꽃이 인간의 소유라면 한국의 꽃은 자연의 소유이다. 서양에서는 꽃을 꺾어다 사유화하는데 한국에서는 공유화해놓고 철철이 찾아가서 즐긴다. 소풍을 화류(화류)라고 했음도 그 때문이다. 자연의 소유인 꽃나무인지라 집에다 심는 것을 기피하기까지 했다. 복숭아꽃은 제사때 찾아오는 조령(조령)을 쫓느니 가시돋친 찔레꽃을 집안에 심으면 호환(호환)을 당하느니 하는 것이 그것이다.

옛 어른들은 환자에게 꽃다발을 갖고 오면 장례가 연상된다 하여 싫어했다. 다만 집안에 심는 꽃으로 아름답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맨드라미 봉선화가 주종을 이루었던 것은 액귀 병귀가 두려워하는 붉은 꽃들이기 때문이었다. 꽃과 잎과 대가 붉은 맨드라미요 붉은 물을 드리는 봉선화이기에 귀신이 침입할 수 없었음직 하다.

이 자연대로 피워두고 가서 즐기는 꽃문화에서 생활필수품으로서의 꽃문화에로의 전환이라는 차원에서 이 꽃박람회는 뜻이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