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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전국에 환경보호 바람을 일으키며 창당발기 모임까지 마쳤던 대한녹색당의 근황은 어둡다. 이 정당 은 아시아권 최초의 순수정당이라는 표방에도 불구,14대 총선을 위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정지구당수를 채우기는 커녕 단한명의 후보자도 아직 내지 못했다. 당원을 모집한다는 팸플릿도 볼 수 없다.

지금 녹색당의 명맥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서울 도봉구 번동에 있는 임대사무실 정도이다. 아직도 창당 준비위원회 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10평 남짓한 사무실,이곳에서 창당준비위원장인 송순창씨(53)가 걸려오는 외부전화를 받고 있다. 이따금 당원이라기보다는 환경운동에 관심있는 회원들이 들르는 일 외에는 방문객을 찾기가 어렵다.

처음 깃발을 올렸을때와 달라진 것이라면 오히려 더 궁핍해졌다는 점이다. 90년 당시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34평형 올림픽아파트에 열었던 당사무실은 삼성동-창동-번동쪽으로 계속 밀려났다.

덩달아 규모가 줄어든지 물론이다. 몇천원씩 보내던 주부 학생 회사원들의 후원금도 끊기고 열렬당원으로 행세하던 인사들도 모두 떠난 상태이다.

사무실을 꾸려나가는 비용조차 송씨의 개인 돈이거나 주변친구들이 보태주는 성금에서 나오고 있다.

새박사로 유명한 경희대 원병오교수는 녹색당의 영락을 "자금과 조직역량 부족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창당기금 3억원을 공언했으나 실제모금액은 1천3백만원에 그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국민들의 낮은 환경인식도 녹색당이 실패하고 있는 한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송씨는 선진국에서도 환경보호를 위한 정당이 출범하는데 20년씩 걸렸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차기총선에는 기필코 " 그의 낙관적 전망이 불리한 주변사정에도 불구하고 텅빈 사무실을 지키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