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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한 번씩 책 읽어주고 놀아줘

지난 27일 오후 독일 베를린 리히텐베르크의 한 주택. 브리기테 이데(71)씨가 벨을 누르자 페페(9)와 프리치(4)가 "할머니"라고 외치며 뛰어나가 안겼다. 친할머니는 아니다. 이데씨는 베를린에서 할머니·할아버지와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그로스엘턴딘스트(조부모 서비스)'를 통해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 부모인 마라이케(41)씨와 크리스티안(44)씨는 이벤트 매니저와 간호사로 맞벌이를 한다. 두 아이를 늦도록 어린이집에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려 2021년부터 '조부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할머니 이데씨는 매주 한 번씩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놀이터에서 놀아준다. 동물원에 가고 인형극을 보러 멀리 가는 날도 있다.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부부는 자유 시간을 갖는다. 마라이케씨는 "밀린 장을 보고, 병원에 가거나 부부가 데이트도 한다"며 "밀린 회사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을 때도 연락을 드린다"며 "아이들이 할머니와 노는 걸 좋아하니 베이비시터를 부르는 것보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을 연결한 '그로스엘턴딘스트'는 베를린여성협회가 1989년 처음 시작했다. 가입한 어르신 300명은 전부 연결돼 활동 중이다. 그로스엘턴딘스트는 아이 집이 몇 층인지, 원하는 어르신 모습이 어떤지 자세히 적은 신청서를 받는다. 어르신은 이 자료를 보고 마음에 드는 가정을 고른다.

가정과 어르신의 첫 면담은 협회 사무실에서 하고 6주간 시범 돌봄 기간을 갖는다. 양측이 모두 맞으면 '조부모 서비스'가 시작된다. 정해진 비용은 없다. 협회 측은 시간당 4유로(약 5700원)를 권장한다. 어르신이 아이를 만나러 왕복할 때 교통비와 간식을 사주는 돈 정도다. 어르신도 일 없이 집에 있는 것보다 자원봉사처럼 아이를 봐주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조부모 서비스'는 베를린 외에도 쾰른, 브레멘 등 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독일에는 공동체가 육아를 돕는 활동이 활발하다. 기고자 : 베를린=최아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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