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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계획만으로 4100만원 대출, 셋 낳으면 탕감… 그후 출산율 '유턴'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작년 초 '헝가리 모델'을 초저출생 극복 대책으로 언급했다. 헝가리 모델은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 헝가리를 가봤다.

지난달 2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외곽 마을 케레페시에서 만난 터마시 히드베기(42)와 어드리엔 히드베기(40)씨 부부는 "대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꿈을 정부 지원 덕분에 이뤘다"고 했다. 부부는 한나(15)와 다비드(9), 어니터(5), 자피어(3) 자녀 4명을 키우고 있다. 첫째와 둘째만 인공수정으로 직접 낳았다. 셋째는 위탁 아동, 넷째는 입양으로 데려왔다. 헝가리는 난임 병원 6곳을 국유화한 이후 난임 부부에겐 인공수정을 5회까지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부부는 자궁 질환으로 두 아이를 어렵게 얻은 뒤 입양으로 두 아이를 더 얻었다. 넷째는 다운증후군이 있다. 병원에서 버려진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데려왔다고 한다.

헝가리는 2019년부터 직접 낳든, 입양을 하든 '미래 아기 대출(Baby-Expecting Loan)'을 제공하고 있다. 혼인신고한 부부라면 출산 계획만 정부에 통보해도 바로 최대 1000만포린트(약 3700만원)를 빌려줬다. 5년 내에 아이를 1명 낳으면 이자 면제, 2명을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3명을 낳으면 전액을 탕감해 준다. 4명 이상 출산한 여성에게는 평생 세금을 면제한다. 올해부턴 지원금을 1100만포린트(약 4100만원)로 올리는 대신 신청 자격을 여성 나이 40세 이하에서 30세 이하로 제한했다. 결혼을 하면 대부분 이 제도를 이용한다. 2022년 기준 미래 아기 대출은 1조6180억포린트(약 5조9704억원)에 달한다. 미국 등에서 대학 등록금을 빌려주고 취업하면 갚는 것처럼 출산을 전제로 '아이 대출'을 해주고 아이 수에 따라 원금까지 탕감해 주는 제도다.

헝가리 합계 출산율은 1980년 1.91명에서 2010년 1.25명으로 떨어졌다. 이후 저출생 극복을 위해 주택 대출, 수당 지급, 세금 감면 등을 시행한 덕분에 2021년 1.59명으로 올랐다. 헝가리는 이민을 받아들이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출산율을 끌어올려 인구를 확보하려 한다. 2020년 당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우리는 헝가리 아이를 원한다"고 했다.

6개월 전 결혼한 터마시 갈디(31)와 릴러 머르코(28)씨의 경우 혼인신고는 1년 3개월 전에 했다. 미래 아기 대출과 가족 주택 대출을 모두 이용하기 위해서다. 출산을 약속하고 1000만포린트를 받은 뒤 '가족 주택 지원금(CSOK)' 제도로 1000만포린트를 더 빌려 집값을 마련했다. 2016년 도입된 CSOK는 대출이자가 3%로 헝가리 금리 10~11%보다 훨씬 저렴하다. 부부는 "이런 주택 지원이 없었으면 돈 때문에 결혼을 더 미뤘을 것"이라고 했다. 헝가리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463달러(2022년 기준)이고 평균 월급은 49만3000포린트(약 181만원) 수준이다.

부작용 우려도 있다. 터마시씨는 "모든 부부가 혜택을 받다 보니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집은 가격이 전부 올랐다"고 했다. 터마시씨는 "아이를 원치 않는 부부가 주택 대출 때문에 출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 명 있는 부부가 두 명 낳도록 만드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헝가리는 3자녀 이상 가정엔 파격적 지원을 해준다. 자녀 넷을 둔 어드리엔씨는 간호사를 하다가 전업 육아를 택했다. 그는 "세금 감면 혜택 등을 계산해 보니 회사에서 매일 4시간씩 근무하는 임금과 정부 지원금이 비슷했다"고 했다. 3자녀 이상이면 자동차 구매 보조금과 가스료 할인, 생필품 보조 혜택을 준다. 자녀 수에 따라 회사 연차도 늘어났다. 자녀 4명이면 월 가족 세금 공제액이 22만포린트(약 81만원)다.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면 소득세 전부를 면제해 준다. 3세부터 공교육을 이용할 수 있고, 교과서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래픽] 헝가리 합계출산율 추이 기고자 : 부다페스트=최아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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