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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나간다고 해서 매수인이 집주인과 매매 계약을 하고 중도금까지 낸 뒤에 세입자가 말을 바꿔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A씨는 2021년 1월 인천의 한 아파트를 11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집주인 B씨와 체결했다. 당시 이 집에 살고 있던 세입자 C씨는 그해 10월 계약이 끝나면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집을 비우기로 했다. 이에 A씨는 4월 22일 잔금 1억9000만원을 내고, C씨가 나간 뒤인 12월에 아파트를 넘겨받기로 계약했다. A씨는 B씨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건넸고 잔금도 준비했다.

그런데 잔금 지급 사흘 전에 세입자 C씨가 집주인에게 "갱신 청구권을 행사해 2년간 더 살겠다"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집주인 B씨는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매수인 A씨에게 잔금 지급을 요구했다. A씨는 "내가 집에 들어가 살 수 있어야 한다"며 잔금을 주지 않았고, B씨는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결국 A씨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세입자가 갱신 청구권을 행사해 아파트가 (비어 있는 상태로) 인도될 수 없는 사정 변경이 생겼다"며 "A씨는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2심은 "B씨는 '실거주' 의사가 없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었지만 A씨는 (잔금을 주고) 소유권 등기를 마친 뒤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었다"며 "A씨가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매매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세입자가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잔금 지급일 직전에 행사하면서 매수인 A씨가 잔금을 먼저 지급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게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내면서 "잔금 지급 거절이 정당한 것 아닌지 등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고자 :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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