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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탕이라면 마땅히 소와 돼지 내장으로 끓인 탕이 떠오른다. 생선으로는 울릉도 오징어 내장탕이나 흑산도 홍어 애탕을 생각했다.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조기 내장탕을 맨 앞에 둔다. 조기라면 탕, 간국, 굴비, 장아찌, 찜, 구이 등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조기탕이 아니라 오롯이 조기 내장만으로 끓인 탕은 생소하다. 신선한 내장이라야 가능하기에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어 기회도 없었고 생각지도 못했다. 조기는 따뜻한 제주 남쪽 바다에 머물며 겨우살이를 하기에 서귀포는 조기 어장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서귀포시 태흥리 '옥돔마을'을 찾았다가 우연하게 밥상머리에서 조기 내장탕<사진>을 접했다. 옥돔마을이라는 별칭은 주낙을 이용해 옥돔만 전문으로 잡는 마을이라 붙여진 것이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 출어가 어려운 날을 제외하고 당일바리(당일잡이)로 매일매일 옥돔잡이에 나선다. 겨울에는 옥돔바리 주낙에 조기가 같이 잡힌다. 옥돔어장에서 조기들이 겨울을 나기 때문이다.

허기를 달래려고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마을 식당으로 들어섰다가 '어내장탕'이라는 생소한 메뉴를 보고 주문을 했다. 어내장탕이라니, 어떤 생선일까. 옥돔 내장으로 끓인 탕일까. 허기와 함께 궁금증이 몰려올 쯤, 내장이 듬뿍 담긴 냄비를 내왔다. 끓고 있는 동안 주인에게 물으니,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조기 내장이라고 한다. 신선하지 않으면 조리할 수도 없고 참맛을 느낄 수도 없단다.

식당 문을 열면 포구에 정박한 배들이 보이고 그 옆이 위판장이다. 신선함으로는 전국에서 으뜸이다. 재료만 아니라 손맛도 좋다. 조기가 듣는다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조기를 통째로 넣은 탕보다 더 좋다. 내장 특유의 쌉쌀함과 입안에 달라붙는 진한 국물에 고소함이 더해졌다. 제주시보다 보름은 앞서 매화꽃을 피우는 곳이 서귀포다. 이미 매화는 만개했다. 머지않아 진달래가 꽃을 피울 것이다. 예전 같으면 성질 급한 조기는 벌써 흑산 바다로 북상했을 것이다. 이제 조기는 연평 바다는 물론 칠산 바다에서도 만나기 어렵다. 제주 남쪽 바다에서라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늦기 전에 한번 더 조기 내장탕의 진한 맛을 보고 싶다. 오는 봄을 위하여. 기고자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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