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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公, 번호판 식별 시스템 도입… 작년 적발건수 전년보다 8배 급증

덤프트럭 번호판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번호판 숫자는 보이지 않고 모자이크 같은 점들만 보였다.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 임종온 과장은 컴퓨터 마우스를 계속 움직여 모니터 속 차량 사진의 크기와 밝기, 선명도를 조정했다. 5분쯤 뒤 '경기 ○○조 ○○○○'라고 적힌 번호판 숫자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임 과장은 곧바로 경찰청의 국민 제보 앱에 접속해 이 차량을 '번호판 훼손 차량'으로 신고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경기 하남시의 도로공사 수도권본부 영업팀 직원들은 '번호판 훼손 차량' 식별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번호판을 훼손하거나 가리는 건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은 이를 적발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번호판 훼손 적발 건수는 작년 1311건으로 2020년(158건)에 비해 8배 급증했다. 도로공사가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는 차량 중 번호판이 망가진 차량 사진을 자동으로 촬영해 전국 8개 도로공사 지역본부로 보내는 영상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발각 건수가 폭증한 것이다. 이후 다양한 번호판 훼손 사례가 적발·축적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번호판 꺾기'(676건·51%)였다. 도로공사 지역본부 중 차량 이동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본부도 22일 오전 '꺾기 차량' 두 대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중 하나는 21일 오후 2시 31분 남안성 톨게이트에서 촬영된 대형 트럭이었다. 앞 번호판의 하단 절반이 차량 범퍼 밑으로 꺾여 들어가 번호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번호판 꺾기'였다. 하지만 영상 분석 시스템으로 차량 사진을 확대해 명암(明暗)을 조절하자, 시커먼 번호판 하단이 밝아지면서 차량 번호가 선명히 보였다.

번호판을 구기거나 아예 떼어내는 '번호판 훼손'으로 적발된 차량도 작년 한 해 551대였다. 번호판을 두꺼운 헝겊으로 가리거나(34건), 스티커 부착 및 특수 스프레이 살포로 번호판 촬영을 막는 사례(7건)도 단골 수법으로 집계됐다. 도로공사 부산경남본부의 황재순 과장은 "번호판 훼손으로 적발되는 차량의 90% 정도는 대형 트럭"이라며 "화물차들이 공사장 현장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번호판이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앞 번호판에 물 먹인 휴지를 붙이고 톨게이트를 지나는 고의적 경우도 적지 않은데 대부분은 다 찾아내서 처벌을 한다"고 했다. 기고자 :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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