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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에 등돌린 국제사회… 서방 대러제재도 강화

유엔(UN)이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유엔은 당초 지난 28일(현지 시각)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193회원국 중 110여 국가가 발언권을 신청해 2일에나 표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도 러시아 규탄 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유엔 긴급 특별총회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다섯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 이상이 거부권을 행사해 유엔 기능이 마비되는 경우에 대처하기 위한 회의체다. 긴급 특별총회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단 10차례 열렸다. 지난 1997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가장 최근으로, 이번 11차 특별총회는 25년 만이다. 지난달 25일 안보리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이 러시아 거부로 무산되자 미국 등 자유민주 진영이 특별총회로 선회한 것이다.

특별총회에선 193개 유엔 회원국이 똑같은 투표권을 가진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중요 사안의 경우 회원국 3분의 2 이상 출석 후 다수결 투표로 가결된다. A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주도한 이번 결의안은 '러시아의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한국, 일본 등 80여 국가가 공동 발의했다. 서방은 결의안이 100국 이상 찬성으로 가결될 것으로 보지만, 중국·인도·북한 등 권위주의 정권이나 사회주의 진영 나라들은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할 전망이다. 긴급 특별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비난하는 국제 여론 지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치적 무게를 지닐 것으로 평가된다. 표결 전 발언 신청한 110국 가운데 100여 국은 러시아를 규탄하는 나라이며, 쿠바·베네수엘라·시리아·이란 등 10여 국은 러시아를 옹호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 첫날인 지난 28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세르게이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연설에서 "우리가 총회장에 오는 동안에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주거 지역에 다연장 로켓 발사기로 포격을 퍼부었다"며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운용 부대 경계 강화 지시로 글로벌 안보 위협이 2차 대전급으로 높아졌다.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여긴 지금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무서워요'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등 이번 침공에 투입된 러시아 병사가 숨지기 전 어머니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회의장에서 낭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전투를 멈추고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는 "적대 행위는 우크라이나가 (친러) 돈바스 주민을 상대로 먼저 저지른 것으로, 러시아는 자위권을 행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각국은 대러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8일 미국은 러시아 유엔대표부 소속 외교관 12명에 대해 "스파이 활동에 관여했다"며 오는 7일까지 미국 땅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앞서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부대사를 추방하자, 미국은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 공사참사관을 추방하며 대응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거래소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들의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이날 영국은 자국 모든 항구에 러시아 국적이거나 러시아와 관련된 사람이 등록·소유한 선박을 차단하고, 러시아를 겨냥해 암호 자산 압수 권한을 담은 새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푸틴과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를 부양해 왔다"며 서방 동맹 중 처음으로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했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이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부과한 모든 제재를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자국 은행 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은행 계좌에 예치된 110억달러(약 13조2495억원) 상당의 러시아 자금이 묶이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푸틴 등 주요 러시아 정부 인사들의 '올림픽 훈장'을 취소키로 했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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