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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워너 등 할리우드 동참

'정의의 사도' 배트맨이 러시아행(行)을 접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이달 초로 예정됐던 신작 '더 배트맨' 러시아 개봉을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전격 중단했다. 이 영화는 올해 최고 수익이 점쳐진 블록버스터인 데다, 러시아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전 세계 할리우드 영화 수입 9위를 차지한 주요 시장임에도 "이번 비극에 대한 신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을 기다린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를 천명한 것이다.

러시아를 향한 국제적 '문화 제재'가 확산하고 있다. 콘텐츠 왕국 디즈니 역시 "정당한 이유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려해 러시아에서의 영화 개봉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소니 픽처스 등 대형 영화사가 속속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영화아카데미(UFA)는 러시아 영화 산업에 대한 전 세계 보이콧을 청원했고, 미국영화협회는 성명을 통해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생활할 자격이 있는 우크라이나의 창의적 커뮤니티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

음악도 멈췄다. 미국의 세계적 록밴드 '그린데이'는 5월로 잡혀 있던 모스크바 스파르타크구장 공연을 취소했다. 관객 4만5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지만 "지금은 록 공연을 위한 시간이 아니다"라며 "로큰롤은 영원하고 앞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팝그룹 'AJR'도 "우리 마음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한다"며 오는 10월 러시아 공연 취소 소식을 전했다.

유럽 최대 음악축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주최하는 유럽방송연합(EBU)은 5월 이탈리아 토리노 행사에서 러시아 가수의 무대를 보지 못할 것이라 예고했고, 북미에서 200여 곳의 스포츠 경기 및 라이브 콘서트장을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오크뷰그룹은 "러시아와 거래를 중단하고 모든 시설에서 러시아 브랜드 주류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예술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최대 미술 축제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을 한 달 앞두고, 러시아 국가관 측은 올해 전시 취소를 결정했다. 예술감독이 사임하고, 참여 작가들도 이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예술감독 라이문다스 말라사우스카스는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 속에서 더는 작업을 진척시킬 수 없다"고 했다. 기고자 : 정상혁 기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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