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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주택의 법정관리신청이 2일로 만 1년을 맞이한 가운데 법원의 법정관리여부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한보주택의 장래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보주택에 대한 법정관리 문제는 지난해 3월 신청당시에는 개시결정이 확실시됐으나 그동안 당국의 갖은 특혜로 법정관리 결정을 내릴 필요성조차 희박해져 현재로서는 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담당재판부인 서울민사지법 합의50부 정지형 부장판사는 29일 "현재 한두가지 조사가 남아있으나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곧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면서 "법원의 관례상 더이상 연기는 어려워 3월중 마무리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은 한두가지 조사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고 "지난해 8월에 나온 조사보고서가 방대한데다 한보그룹내 다른 관련 회사에 대한 조사가 힘들어 결정이 늦어졌다"면서 "조만간 심사숙고끝에 자신있게 결정하겠다"고 말해 가부간 결론이 났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현재 한보측은 서울시에 수용된 등촌-가양지구택지 보상금(4백92억원)이 3월중 최종확정되는대로 조흥 및 서울신탁은행에 빚을 일부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시킨 뒤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받아내 회사갱생을 본격화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용남 한보주택 사장은 "토지개발공사가 감정한 등촌-가양지구 택지보상금이 너무 낮아 관계당국에 이의신청을 해놓고 있지만 3월중 최종결정되는대로 조흥은행에 4백억원,서울신탁은행에 90억원을 각각 갚을 예정"이라면서 "한보로서는 법정관리결정이 나야만 신용을 회복,새로운 건설수주를 할수있어 법정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그러나 이 경우 여론의 특혜시비에 다시 휘말릴 수 있는데다 최근 법원의 법정관리결정 심사태도도 매우 엄격해져 아예 법정관리신청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정관리신청을 철회할 경우 조흥은행에 대한 나머지 부채(약 5백억원)와 5백~6백명의 일반채무자들에 대한 상용채무(1백5억원) 상환문제가 남아 있어 해결을 추진중이나 은행측의 지원거절 방침으로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 동안 당국의 한보에 대한 특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한보측이 작년말까지로 약속한 63만주의 한보철강주식 담보제공은 해가 넘기도록 실현되지 않고 있으나 은행측은 아무런 제재를 취하지않고 있다.

자구노력의 하나로 매각을 약속한 부동산도 등촌-가양지구 택지 외에 대부분을 팔지않고 있으며 한보철강의 증자는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한보측은 그룹얼굴이 정태수회장에서 박승규회장으로 바뀌는 등 큰 진통을 겪어왔다. 특히 한보주택은 종업원이 5백명에서 2백명선으로 줄어들고 진행중인 7개 공사도 대부분 중단되었으며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한보그룹의 존립에 가장 걸림돌이었던 주택조합 보상문제가 지난해 거래은행들의 파격적인 특혜금융으로 해결된 마당에 한보주택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여부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보측으로서는 분명히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나는 것이 유리하지만 기각되더라도 파산되지않고 그동안 크게 가격이 오른 담보부동산을 팔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지금까지 당국의 특혜로 지탱해온 만큼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은 한보주택을 사실상 해체하고 한보철강에 흡수시킬 것을 꾸준히 종용하고 있으나 한보측은 회사존립을 고집하며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효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