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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발표 뒤에야 신용등급 10단계 내려

국내 신용평가업체들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태영건설에 대해 '신용이 양호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평가사들이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사전 경보'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 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2월 28일 태영건설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투기등급인 'CCC'로 10 단계 강등했다. 이날 오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을 공시한 뒤 약 1~5 시간 만에 이뤄진 조치다. 'A-' 등급은 해당 기업의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 반면, 'CCC' 등급은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워크아웃 공시 전후로 신용 평가가 180도 바뀐 것이다.

신용 평가 업체들은 기업의 재무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도를 분석한 뒤 신용등급을 매기는 전문 평가 기관이다. 이 신용등급은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에 투자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신용도가 가장 높은 AAA등급부터, 가장 낮은 D등급까지 큰 등급만 10개이고, 'A-'나 'BB＋' 같은 세부 단계까지 포함하면 20단계다.

신용 평가 3사는 지난 6월부터 6개월간 태영건설 회사채에 대해 'A-' 등급을 유지해 왔다. 이는 20단계 가운데 일곱째로 높은 등급이다. 그 전까지 바로 위 등급인 'A'로 평가했다가 "과중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로 인한 재무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한국신용평가)" 등의 이유로 고작 한 등급 낮춘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워크아웃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빗발치는데도, 등급을 추가적으로 내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워크아웃 신청 하루 전인 지난 2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태영건설을 포함했다. 하향 검토란 '앞으로 3~6개월 안에 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태영건설 회사채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유지하다가 워크아웃 소식에 CCC등급으로 내렸다.

업계에선 신용평가업체의 '늑장 등급 조정'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투자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영건설 주가는 워크아웃 전날(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 동안에만 23% 가까이 떨어졌다. 올해 7월 만기가 돌아오는 태영건설 공모채 '태영건설68' 가격은 28일 장내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약 30% 하락한 6124원에 마감했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이렇게 빨리 신청할지 예상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 신평사가 신용등급을 급하게 낮출 경우 오히려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신평은 워크아웃 공시 직후 낸 보고서에 "(태영건설이) 계열 자산 매각 등 지원과 PF 사업장 구조조정 추진 등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 유동성 대응력은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없이 해결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평사가 태영건설에 대한 뒷북 신용등급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워크아웃 전에도 시장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면서 "한번에 많이 떨어뜨리진 못해도, 적어도 BB~BBB 등급까지는 떨어뜨려 놨어야 시장이 받는 충격이 완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태영건설 등급 '늑장 강등' 기고자 :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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