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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뒷북조정, 왜 반복되나

신용 평가사들의 신용 등급 뒷북 조정 행태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혼란을 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초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기업평가는 직전인 2010년 말까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무보증 후순위채권에 BB-등급을 매겼다. "원리금 지급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였다. 그러다 이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직전인 2011년 2월 중순에야 이틀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신용 등급을 CCC로 내리면서 "원리금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를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다른 신평사인 한국신용평가도 부산저축은행 신용 등급을 BB- 수준으로 유지하다가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CCC로 강등했다.

두 신평사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실사 한번 없이 부실 평가를 한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신평사를 믿고 이 저축은행에 투자한 고객과 투자자들만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2012년 동양 사태 때와 2016년 조선·해운사 구조조정 때도 이런 일은 반복됐다. 평가 대상 기업들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또는 대규모 손실을 발표할 때까지 등급 조정을 하지 않다가 중대 발표가 난 후에야 등급을 뚝 떨어뜨리는 늑장 조정이 빈번했다. 무디스 등 국제 신평사들이 기업 부도 전 3년여간 계단식으로 등급을 점차 낮춰 잡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 당국이 2016년 '신용 평가 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평가 시장 규모가 1000억원대로 작은 데다, 평가를 받는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여서 신평사들이 기업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발행사의 눈치를 봐야 하니 굳이 나서서 짐을 떠안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뒷북 등급 강등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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