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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활자 해방과 지식의 건국' 展
학술·전문 서적 출판 고집했던
'당대 지적 허브' 대성출판사 조명

8·15는 우리말로 된 책을 자유롭게 펴내고 읽을 수 있는 출판의 광복이기도 했다. 출판 자유를 억제한 일제 악법이 폐지되고, 미군정이 시행한 출판등록제에 따라 1945년 말까지 등록을 마친 출판사만 45곳. 1949년 말까지는 847곳으로 급증했다. 출판의 홍수, 책의 홍수 시대였다.

해방 직후 출판 붐을 증언하는 '활자의 해방과 지식의 건국: 해방·건국기 대성출판사와 활판의 기억전'이 1일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1관에서 열린다. 부제에 나오는 '대성출판사'가 주인공이다. 을유출판사와 함께 조선출판협회(대한출판문화협회 전신) 창립을 발기한 출판사 12곳에 들 만큼 해방기의 대표적 출판사였다.

대성출판사는 학술·전문 서적 출판을 고집했다. 1946년 초부터 6·25 직전 문 닫을 때까지 낸 책만 41종이다. 한국인이 우리말로 쓴 최초의 윤리학 책인 김두헌 경성대(서울대전신) 철학과 교수의 '윤리학개론'(1946), 독일 라이프치히대 박사인 김현준의 '사회학개론'(1950), 최문환(훗날 서울대 총장) 당시 고려대 교수의 '근세사회사상사'(1949), 동학에 대한 첫 학술 연구서로 평가받는 역사학자 김상기의 '동학과 동학란'(1947)…. 모두 국내 인문·사회과학 분야 기초를 닦은 책이다.

번역서도 묵직하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1946), 손문의 '삼민주의'(1947),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1948),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1948), C.D. 번스의 '정치와 이상'은 와세다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당시 출판사 고문을 맡은 성인기가 번역했다. 성인기는 훗날 조선일보 최장수 편집국장(1950~1958)을 지냈다.

여운형, 박헌영, 허헌 등 좌파 정치인 18명의 인물평을 담은 김오성의 '지도자 군상', 이강국의 '맑스주의 정치경제학 교정' 같은 책도 해방 공간을 증언하듯 포함돼 있다. 국내 저자 저서가 19종, 번역서가 22종이다. 출판 평론가 표정훈씨는 "대성출판사는 당대 학계와 문화계 최고 전문가들을 저자·번역자로 섭외하고, 출간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종의 지적 허브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대성출판사 발행인은 호세이(法政)대에서 유학한 성재경(1916~1981)으로 스포츠 의류 업체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의 아버지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기고자 : 김기철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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