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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 역사 쓴 '오징어 게임'

"고마워요. 날 꿈꾸게 해주고, 내게 문을 열어줘서."

우리말 수상 소감이 통역되는 동안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삼키던 배우 정호연이 유창한 영어로 씩씩하게 말했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하 '오겜') 동료들, 너무 감사해요!" 2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바커 행거 이벤트홀에서 열린 미 배우조합상 시상식. 이날 '오겜'은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정호연이 여우주연상을,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드라마는 물론 비영어권 드라마가 SAG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 흥행 산업의 본고장 할리우드에서 쟁쟁한 배우들과 경쟁해 거둔 성과이자, 영화·TV·라디오를 아우르는 배우 동료 16만명이 회원인 SAG가 수여하는 상이라 더 뜻깊다. 이전에는 영화 부문에서 '기생충'이 배우 전체에게 주는 앙상블상을, '미나리'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SAG, 정호연에게 '그린 라이트'"

"여기 계신 많은 배우 분들을 TV에서 스크린에서 많이 뵈었는데, 그분들 보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죠.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진심으로 영광이고 감사드립니다." 정호연이 말하는 동안, 카메라는 여우주연상 경쟁자 리스 위더스푼이 박수를 치고 제시카 채스테인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비췄다. 정호연은 '오겜'에서 보여준 꿋꿋한 탈북민 여성 강새벽 역할로 '더 모닝쇼'의 제니퍼 애니스턴, '핸드메이즈 테일'의 엘리자베스 모스, '석세션'의 세라 스누크와 여우주연상을 두고 경쟁했다. 미국 연예 매체 'E!뉴스'는 그의 수상 뉴스를 전하며 "배우조합이 방금 '그린 라이트'라고 말했다"고 썼다. 영어로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로 번역됐던 '오겜' 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서 따온 표현. 그는 '오겜'을 통해 배우로 인정받기 전 10여 년간 세계적 브랜드의 광고와 패션쇼에서 활약해온 톱모델이다. 이날 레드카펫에선 정호연의 댕기 머리 헤어스타일과 한국 전통의 댕기에 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오겜의 '완전 점령' 겨우 막아내"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오겜'을 사랑해주신 세계의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오늘 큰일이 저에게 벌어져서…. 진짜 많이 써왔는데 읽지를 못하겠다"며 감격했다. 그는 생활력 빵점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중년남 '성기훈' 역할로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와 제러미 스트롱,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등 배우들과 주연상 경쟁을 벌여 승리했다.

이날 '오겜'은 그해 최고 액션 연기가 담긴 작품과 배우들에게 주는 '스턴트 앙상블상'까지 받으며 후보에 오른 4부문 중 3부문을 휩쓸었다. '오겜'은 배우 오영수가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는 등, 고섬 어워즈,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 등 미국 내 시상식에서 잇따라 수상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작품상,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 남우주연상 등 3부문 후보다.

'오겜'의 다음 목표는 미국의 TV 최고상인 에미상이다. 연예 미디어 배니티 페어는 "오겜은 이번 승리로 올 하반기 열릴 에미상의 더 강력한 후보가 됐다"며 "각종 시상식을 휩쓸어온 HBO 드라마 '석세션'이 '오겜'을 제치고 '앙상블상'(대상)을 받아 '오겜'의 '완전 점령'(total takeover)을 겨우 막아냈다"고 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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