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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6일 백악관·플로리다서 회견

지난해 미국 사회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던 '1·6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발생 1주년을 계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초부터 격돌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최근 1·6 사태 1주년이 되는 오는 6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의사당 시위를 일으킨 원인인 2020년 대선 부정에 대해서는 왜 조사하지 않느냐"며 여전히 '대선 불복'을 선동하고 있다. 1·6 사태는 "사기 당한 선거에 대한 비무장 시위였다"는 주장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도 백악관에서 1·6 사태 1주년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대선에 불복,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있으며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이 부정이었고, 1·6 사태가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트럼프의 범죄 행위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올해 11월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이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연방대법원에 민주당 주도로 구성된 연방하원의 '1·6 의회 공격 조사위원회'가 자신의 재임 기간 백악관에서 작성된 기록을 보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신청했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정에 관해 소통한 내용은 의회나 법원의 요청이 있더라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행정부 특권'이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자 하원 조사위와 바이든 행정부는 29일 연방대법원에 트럼프 측의 이런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1·6 사태의 진상 규명이 시급하며, '행정부 특권'의 행사 여부는 현직 대통령이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이 이처럼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것은 1·6 사태 당시 트럼프 백악관이 작성한 자료의 내용에 따라 2024년 대선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8일 "트럼프가 2024년 공화당 후보 지명을 원한다면 지명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하원 조사위가 트럼프 백악관의 자료를 열람해서 트럼프와 측근들이 의회 난입을 계획하거나 유도했다는 증거를 찾아내면 얘기는 달라진다. 트럼프 진영에 도덕적 타격이 될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을 추궁해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 자체를 차단할 수도 있다.

CBS방송 보도에 따르면 하원 조사위는 2020년 대선 이후부터 1·6 사태 후까지 트럼프 백악관에서 작성된 약 1500쪽 분량의 자료 열람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문서보관소에 있는 이 자료 중에는 대선 이후 트럼프의 대통령 일정 기록표, 1·6 사태 전후의 백악관 통화 내역 및 방문자 기록,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수기 메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1·6 사태 직전 백악관 남쪽 공원에서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했던 연설의 원고 초안과 수정안도 요구하고 있다. 당시 연설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절대 (대선 패배를)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약해서는 우리나라를 절대 되찾지 못한다. 힘을 보여줘야 하고 강해야 한다"고 말해 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자료들을 요구한 것은 트럼프 측이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차단하거나 지연할 목적을 갖고 1·6 사태를 유도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원 조사위가 자료 열람을 서두르는 데는 올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의 영향도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중간선거가 바이든과 민주당에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제시카 테일러 에디터는 유에스에이투데이에 "역사적으로 대통령 첫 임기 중의 중간선거에서는 여당이 의석을 잃게 돼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고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 되면, 민주당이 원하는 형태의 1·6 사태 진상 규명은 영영 요원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2020년 대선의 후유증은 여전히 미국 사회에 깊은 분열의 골을 만들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가 미국인 1036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71%는 여전히 바이든 승리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원은 91%가 바이든이 정당한 대통령이라고 답한 반면, 공화당원은 21%만 그렇다고 했다.

1·6 사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10월 미국인 134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원의 93%는 이 사건이 '미국 정부에 대한 공격'이라고 봤지만, 공화당원은 29%만 그렇게 생각했다. 또 민주당원의 92%는 '트럼프가 의사당 난입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화당원은 20%만 그렇다고 했다.

☞1·6 사태

2021년 1월 6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공식 확정하기 위한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도중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결과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한 사태. 시위대 4명과 경찰관 1명이 숨졌고 최소 140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당시 진압에 참여했던 경찰관 중 4명은 이후 자살했다. 현재까지 720여 명이 기소됐다. 미 의사당이 공격받은 것은 19세기 미영 전쟁 시기 이후 200여 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