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대선 앞두고 선심성 지원 논란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을 2주 연장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55만명에게 손실보상금 500만원씩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새해 손실보상 예산 3조2000억원 중 약 2조7500억원을 연초에 한꺼번에 쓰겠다는 것이다. 선지급금은 설 연휴 전에 지급된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시기에 정부가 전례 없는 손실보상 선지급 방안을 결정하면서 금권 선거 논란도 일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으로) 2022년 1분기에도 손실 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약 55만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500만원을 우선 지급하고, 추후 보상액이 확정되면 정산토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선지급은 보상금을 먼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대출해주고, 이후 과거 매출액 등과 비교해 확정되는 손실분만큼 대출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예를 들어 500만원을 받았지만 나중에 손실이 300만원으로 계산될 경우, 300만원은 정부가 예산으로 갚아주고 나머지 200만원은 1%대의 낮은 금리로 장기간 상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모두 선지급을 공약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에) 여당의 압박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무적인 판단도 있었다"고 했다.

정부가 31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새해 1분기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500만원 선지급 카드를 꺼내든 것은, 대선을 앞두고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연결 고리 삼아 정부를 향해 "신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나중에 정산하지 말고 500만원을 그냥 지원하라"고 했다. 과거 대선에서 모두 자영업자 계층에서 이긴 사람이 대권을 잡았을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표심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등이 주장했던 '선지급'엔 신중한 입장이었다. 김부겸 총리도 지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조건 선지급을 하기에는 재정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등장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이 불가피해지자 선지급으로 전격 선회했다.

그러나 2022년 손실보상 예산 3조2000억원 중 2조7500억원의 용처가 정해지면서 당장 정치권에서 신년 추경 요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1분기 55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손실보상금 500만원이 선지급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추경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정부가 세울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추경 여부도 적극 검토해 충분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손실보상은 영업시간이 제한된 55만 곳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쪽의 불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후정산이 아니라 그냥 500만원을 줘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본지에 "나중에 손실을 상계할 것이 아니라, 급박한 상황에 일단 5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맞는다"며 "추후 재원이 모자라 추경이 필요하다면, 우리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