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24.06.15 / 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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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양면 살필 수 있는건 축복이자 고통
사회부 강우석
마와리 첫날, 까마득한 영동대로 한가운데서 문득 두려워졌다. 그건 당장 마주하게 될 파출소의 냉대나 선배의 불호령 때문만은 아니었다. 늘 요란한 줄만 알았던 이곳에도 고요함이 있구나. ‘나는 앞으로도 이런 이면(裏面)을 보고 살겠구나’ 하는 오묘한 예감을 알아차렸던 탓이었다. 실제로 지난 6개월이 그랬다. 혜화경찰서 정문에서 만난 한 방화미수범은 맑은 목소리로 저릿한 속사정을 이야기했다. 파렴치할 줄만 알았던 그에 대한 건조한 송치 기사를 쓰면서 마음 한편이 쓰렸다. 사회의 양면을 살필 수 있다는 건 축복이자 고통이다. 성장통으로 여기고 정진하겠다.
매일 새롭게 악착스러워지는 기자 되겠다
사회부 강지은
분노의 6개월이었다. 수습 5일째의 일이다. 한강에 변사체가 떠올랐다. 정확한 사건 위치를 파악하고자 찾은 새벽의 지구대. “안 나가냐”는 핀잔과 함께 3초만에 쫓겨났다. 오기가 생겼다. 영하의 날씨, 2시간 가까이 지구대 문 앞에서 ‘뻗치기’를 해 결국 알아냈다. 수습 생활 절반 가까이를 함께 한 ‘의료대란’ 취재도 부아의 연속이었다. 응급실 스케치를 해야 하는데 응급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또 오기가 뻗쳤다. 응급실 문에 붙은 반투명막 사이 유리 너머로 현장을 살폈다. 분노는 오기가, 오기는 끈기가 됐다. 매일 새롭게 악착스러워지는 기자가 되겠다.
따뜻한 심장으로 취재원을 환대하고 지킬 것
사회부 구동완
경찰서에서 민원인을 만나 얘기를 듣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되레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고 있을 텐데, 나는 정녕 진심 어린 태도로 귀담아 듣고 있는가.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내가 마땅히 호소할 곳 없는 민원인인데 우연히 만난 기자마저 건성으로 듣는다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비참한 기분이 들진 않을까. 기자는 복수(複數)를 관망하는 학자가 아니다. 기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앞으로 따뜻한 심장으로 모든 취재원을 환대하며, 그들을 지켜주는 기자가 되겠다.
성실히 배우고 현장에선 빈틈없는 기자로
사회부 김도연
지난 4월, 영등포구의 한 여관방에서 숨진 50대 여성이 발견됐다. 현장에 달려가니 타사 기자는 없었다. 사장 옆에 눌러 앉아 몇 시간 동안 캐물었다. 경찰은 변사 사건이라 했지만 살인이었다. 그 방에 들어가 사장이 말한 ‘이상한 냄새’까지 맡고서 후련히 여관을 떠났다. 경찰은 나중에야 수습답지 않은 취재라며 칭찬했다. 6개월간의 교훈은 현장의 귀중함이다. 현장에서 집요하게 물어온 팩트는 남다른 기사를 쓰게 해줬다. 앞으로도 현장에 제일 먼저 제일 오래 제일 끈질기게 붙어있겠다. 선배들께 성실히 배우며 현장에서 빈틈없이 취재하는 기자로 거듭나겠다.
읽는 독자의 경험에 재미를 더하겠다
사회부 김병권
“국정원에서도 이렇게 자세히는 안 물어봤어요.” 지난 3월 한 탈북민을 인터뷰할 때 들었던 말이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 그가 볼멘소리를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장장 9년에 걸친 혹독한 탈북 과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최대한 꼼꼼하게 질문해서 생생한 답을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 덕인지 이 발제로 피플면 톱 데뷔를 했다. 수습 기간 가장 크게 느낀 건 기사의 ‘재미’가 의외로 디테일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어떤 취재원에게도 꼼꼼하게 질문하고 답을 경청해 기사에, 읽는 독자의 경험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기자가 되겠다.
서툰 질문에 현답 건넨 이들에 더 좋은 기사로
사회부 김보경
문득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제 이름 옆으로 일선 경찰들의 고충이, 장거리 통근자들의 고단한 얼굴이, 같은 관심사를 갖고 모인 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람들의 삶과 고민이 함께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나란히 놓이는 이름이 많아질수록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조선일보라는 이름, 저를 믿고 서툰 질문에 현답을 건네준 이들에게 더 좋은 기사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2024년 1월 3일 오전 5시 45분, 사당지구대 문을 두드리던 두렵고도 설레던 순간을 잊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기꺼이 뛰어들겠습니다. 성장을 지켜봐주시길.
6개월 내내 부족했던 자신감 채우고 새 출발
사회부 김영우
동기들과 스스로를 끝없이 비교하며 살았던 6개월이었다. 동기들이 첫 지면, 첫 사건 단독, 첫 사톱 쓰는걸 보면서 ‘나는 언제쯤 저 미션을 다 깰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남들보다 모든게 늦었다. 첫 지면은 4월에, 첫 사건 단독은 5월에, 첫 사톱은 6월에 썼다. 첫 사톱을 쓴 건 수습으로서 마지막 날의 일이었다. 첫 사톱 기사를 다 쓴 내 핸드폰에 울린 ‘카톡’소리, 화면에 뜬 일진 선배의 카톡. “잘하고 있으니 스스로 자신감 없다고 느낀다면 그런 생각은 마.” 6개월 내내 부족했던 자신감을 채우는 데엔 6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누군가 아프게 한 기사가 그들의 눈물 닦아주길
사회부 장윤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상처 입은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했다. 기자들이 무서워 빈소도 못차린 피해자 유족을 화장장까지 쫓아갔다. 근방 내국인 학생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초등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꾸밈없이 썼다. 나를 원망하던 유족과 학교장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죄스러워 울었다. 그래도 취재를 했고 기사를 썼다. 유족들의 억울함을 알려야 했다. 다문화밀집학교들이 얼마나 어렵게 운영되는지 알려야 했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면서 쓴 내 기사가 결국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길 바란다. 나도 기꺼이 아프겠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 있음을 기억할 것
사회부 최낙원
‘내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 아침마다 출근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기자가 되기 전, 금융사에서 일했다. “힘들 텐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대답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업무가 엮여있는 몇몇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세상 모든 이가 될 수 있다”고. 수습 기간 중고차 대출 사기를 당한 사회 초년생, 결혼을 앞두고 사기를 당한 신혼부부, 새벽마다 우는 닭소리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만나 기사를 썼다. 지금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가 있음을 기억하는 기자가 되겠다.
수습을 벗고 책임을 입은 사원이 되겠다
문화사업단 김제완
우연히 전시회나 콘서트 포스터를 보면 주최사 로고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문화사업단에서의 수습 기간을, 말 그대로 문화 사업의 홍수 속에서 숨 가쁘게 보낸 덕분이다. 사업의 기획, 홍보, 현장 운영 등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신규 프로젝트에 겁이 나기도 했다. 눈을 돌릴 곳은 선배들 뿐이었다. 가장 조선일보다운, 1등 신문다운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선배들이 놀라웠다. 예열을 마쳤으니 나 또한 그 일원이 돼야 할 것이다. 수습을 벗고 책임을 입은 만큼, 그에 걸맞은 사원이 되겠다.
선배들에게 많이 질문하고 열심히 배울 것
CS마케팅기획팀 박다운
수습 6개월간 CS마케팅기획팀에서 유튜브, 출판사업, 지면 PDF, 섹션, 독자 이벤트까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독자와 신문입니다. 수습이 끝난 후에도 조선일보의 우수한 콘텐츠 가치를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업무에 적용하겠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조선일보가 1등 신문을 넘어 전통과 혁신을 상징하는 콘텐츠 플랫폼이 되는 것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선배들에게 많이 질문하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본문자수:2992 표/그림/사진 유무: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