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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특파원 ‘실리콘밸리 취재기’

몰로코·센드버드·스윗 등
한국인들의 스타트업 고속성장

최대 민족파워 인도계 벤치마킹
한국계도 협업 커뮤니티 늘어

2년 반의 실리콘밸리 특파원을 마치고 지난 6월 마지막 주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는 테크부에 속해 있으며 편집국의 디지털 전략을 세우는 디지털기획팀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얼굴엔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볕에 그을린 흔적이 여전히 가득하지만, 그곳에서 지냈던 기억은 벌써 희미해졌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삶이 역동적이기 때문이지요.

2년 반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어떻게 생활했고, 어떻게 치열하게 취재하고 고민했는지는 지난 노보를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사보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주제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입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적지 않은 한국인이 삽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같은 대기업에서 나온 주재원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관계자, VC(벤처캐피털) 관계자, 구글·애플 등 빅테크에 근무하는 사람까지 수많은 한국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 대한 주된 평가는 ‘열심히 일하면서 스마트하다’는 것입니다. 한 구글 매니저급 직원은 “채용 시 한국인 지원자들의 능력이 워낙 좋고 성실해 선호한다”며 “적어도 팀마다 1~2명의 한국인이 포진해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인이 뛰어나 채용 시 더 뽑고 싶어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제한다는 말도 붙였습니다. 한 VC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대표들은 죽기 살기로 일한다”며 “투자한 100여개 한인 스타트업 중 망한 곳은 단 1곳뿐”이라고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똑똑한 머리에 성실한 한국인의 태도가 실리콘밸리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인들이 실리콘밸리에 세운 스타트업들은 업계의 인정을 받으며 고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몰로코, 센드버드, 베어로보틱스, 스윗 등입니다. 직접 만나본 창업자들은 치열하게 일했고, 겸손했으며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빅테크를 거쳐 자신만의 스타트업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수년간 바닥부터 박박 기며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 결실이 최근 2~3년 사이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민족 파워는 인도계입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IBM 같은 빅테크 CEO 자리엔 인도계가 앉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는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을 노골적으로 합니다. 막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인도계의 힘이 점차 확장되고 있죠. 최근엔 인도계의 이러한 모습을 벤치마킹해 한국계 커뮤니티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인끼리 서로 돕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인 창업자, 투자자들이 모여 협업하고 동반 성장을 노리는 ‘82스타트업’ 같은 조직이 대표적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취재하며 느낀 점은 ‘한국인만큼 에너지가 많은 민족이 없다’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면 가차없이 달려들어 결론을 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피로감, 번아웃 같은 부작용도 있지만 긍정적인 것이 더 큽니다.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한 차례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디지털 미디어 발전과 한국 산업 부흥,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몽땅 끌어다 쓰겠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게 기회를 준 회사와 사장님, 편집국장, 편집국 부장과 선후배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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